Random.GG

사랑여름

한여름의 사랑: 7월의 마지막 불꽃

매미 소리가 귓가를 찢어발기던 날, 그녀는 내게 작별을 고했다.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춤추는 7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원피스는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가 떠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기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땡볕 아래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천천히 녹아내렸다. 핸드폰 액정에 맺힌 물방울만큼이나 그녀의 눈동자도 흐려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는 해변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밤이면 별을 세며 가을이 오면 함께할 계획을 세웠다.

여름은 모든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짙은 숨결, 끈적이는 손길, 달콤쌉싸름한 수박 맛 키스. 에어컨 바람 아래 우리가 나눴던 속삭임은 겨울의 약속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뜨거운 계절은 모든 것을 증발시키기도 한다.

"네가 세운 모든 계획에 나는 없었어." 그녀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내 미래의 설계도에 그녀의 이름은 연필로만, 그것도 가장자리에 작게 적혀 있었다. 지우개 한 번이면 사라질 정도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오후, 그녀의 분홍색 슬리퍼가 아스팔트 위에서 멀어져 갔다. 그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여름 소나기는 그녀의 발자국마저 지워버렸다. 비에 젖은 내 뺨 위로 무엇이 흘러내렸는지, 나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사랑이란 것도 여름처럼 그렇게 뜨겁다가 광기에 이르고, 결국 폭풍우처럼 모든 것을 쓸어가는 건지도 모른다. 가장 밝은 순간에 그림자가 가장 짙어지듯이.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매미 소리가 들리면 에어컨을 세게 틀고 모든 창문을 닫는다. 그 소리가 그녀의 마지막 인사 같아서. 이제 나는 계절의 변화에 덜 민감해졌다. 겨울이 와도 춥지 않고, 여름이 와도 덥지 않다. 감각이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마음의 온도계가 고장 난 것인지.

오늘 아침, 편지함에 그녀의 결혼식 초대장이 들어있었다. 날짜는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 가을의 문턱이다. 봉투 안에는 작은 메모가 하나 있었다. "여름은 영원하지 않아." 그녀의 필체였다.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그 소리를 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창문을 열자 뜨거운 바람이 내 방 안으로 밀려든다. 계절은 결국 흐르는 것이고, 사랑 또한 그러하다. 다만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사랑은, 가을의의 시작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