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 하루의 여친
열아홉 번째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하루 동안의 여자친구를 만들었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 인스턴트처럼 시작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오늘 하루만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 우산을 함께 쓰자며 건넨 그 우스운 제안이, 비 오는 4월의 오후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의심과 호기심이 섞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방울이 그녀의 검은 생머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느린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미친 사람 아니에요?" 그녀가 물었다.
"아뇨, 그냥... 오늘이 제 생일인데 혼자라서요." 거짓말이었다. 내 생일은 11월이었다.
어쩌면 그녀도 알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이름도 교환하지 않은 채 하루 동안의 연인이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너무 깊은 것은 피했다. 그녀가 제안한 규칙이었다. "진짜 이름도, 연락처도, 미래도 이야기하지 말아요. 오직 지금만 존재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녀의 손은 내 손보다 차가웠고, 웃을 때마다 코끝이 살짝 주름졌다. 빗소리를 들으며 레코드샵에서 함께 이어폰을 나눠 끼고 노래를 들었다. 서점에서는 서로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한 구절씩 읽어주었다. 야경이 보이는 전망대에서는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어깨를 기대었다.
"이게 진짜 사랑일까요?" 그녀가 물었다. 별이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밤하늘 아래서.
"진짜든 가짜든 중요할까?" 내가 답했다. "지금 느끼는 게 전부인걸."
자정이 가까워오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다. 신데렐라처럼 마법이 풀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만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을 때,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대로였다. 하루만의 사랑, 하루만의 여자친구. 내일이 되면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된다.
그녀가 버스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건넨 말은 의외로 단순했다. "내일도 똑같은 제안을 다른 사람에게 할 건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유일한 하루였어요."
버스가 떠난 후, 주머니에서 손을 넣었더니 작은 쪽지가 만져졌다. 언제 넣었는지 모를 그녀의 쪽지에는 이름 대신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작게 쓰인 문장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진짜 사랑은 하루로 끝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