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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출근

사랑의 출근길: 그곳에서 만난 계절들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한 건,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였다. 새벽 5시 30분, 겨울 공기가 폐부를 칼처럼 베고 지나갈 때 현관문을 열었다. 서리가 맺힌 현관 손잡이는 내 맨손을 얼려붙게 했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반가웠다. 출근길마다 만나는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졌으니까.

매일 아침 6시 15분, 지하철 3호선 두 번째 칸. 그녀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봄에는 시집을, 여름에는 소설을, 가을에는 에세이를, 겨울에는 철학책을. 그녀의 독서 취향은 계절처럼 변했고, 나는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3개월째 같은 노선으로 출근하면서, 한 번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야." 출근길, 가방 속의 쪽지를 만지작거렸다. 회사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써둔 것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전화번호가 적힌 그 종이 한 장에 용기와 두려움을 모두 담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지하철은 평소보다 더 붐볐고, 그녀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다음 역, 그리고 또 다음 역을 지날 때까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오늘은 휴가인가 보다'라고 체념하려는 순간, 지하철 문이 열리고 그녀가 허겁지겁 뛰어들었다.

숨을 고르지 못한 채 기둥을 붙잡고 선 그녀의 뺨은 바깥 추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책을 들고 있지 않은 것이 낯설었다. 대신 그녀의 손에는 작은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가 먼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의외의 말을 건넸다.

"혹시... 매일 아침 이 시간에 이 칸에 타시죠?"

당황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오늘부터 다른 회사로 출근해요. 사실... 매일 당신을 보려고 일부러 한 정거장 더 가서 환승했거든요."

그녀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종이를 내밀었다. 펼쳐 보니 내가 준비한 것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자기소개와 연락처. 다만 마지막 문장이 달랐다.

"1년 동안의 출근길, 당신이 나의 사계절이었습니다."

사랑은 때로 출근길처럼 매일 같은 길을 지나지만, 계절처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지하철을 타지 않게 되었지만, 퇴근 후의 시간은 언제나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