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사랑의 카페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커피 향과 함께 내 과거가 쏟아져 들어왔다. 5년 만에 돌아온 이 동네 골목길 카페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낡은 나무 간판, 유리창에 맺힌 수증기, 그리고 벽에 걸린 그 사진까지. 시간은 흘렀지만, 이곳만은 멈춰 있는 듯했다.
카운터 뒤에 선 주인은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앉았을 때는 머리카락이 길었고, 웃음소리가 컸으며, 무엇보다 두 손이 아닌 한 손으로만 컵을 들고 있었으니까.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는 낯설게 떨렸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를 만났던 날도 이런 날씨였다. 카페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서로를 삼키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창문에 글씨를 쓰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I ♡ U'. 그 단순한 세 글자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커피 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내 안경을 흐리게 했다. 닦으려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흐려진 건 안경이 아니라 눈이었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이 카페에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하지만 시간은 약이라던가.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저 커피 한 잔의 추억을 위해 돌아왔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울렸다. 비에 젖은 우산을 털며 들어온 여자는 내게 등을 돌린 채 주문을 했다. 그 목소리.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였다. 머리는 짧아졌지만, 웃음소리는 여전했다. 아니, 확신할 수 없었다. 용기를 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도 나를 보고 있었다.
시간은 멈춘 듯했다. 카페의 소음, 빗소리, 심지어 내 심장 소리까지. 그녀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테이블 앞에 서서 잠시 망설이더니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그녀가 말했다.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창밖을 바라봤다. 우리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섯 해의 시간, 그리고 그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
그녀가 창문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썼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I'm sorry'.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내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쓰디쓴 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그녀는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내 차례였다. 창가에 손을 뻗어 글자를 썼다. 'Me too'.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래된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알았다. 인생은 미완성 소설처럼, 끝나지 않은 커피 한 잔처럼, 언제든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날 밤,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앉아 있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쓸 필요는 없었다. 함께 젖어도 괜찮은 사람을 다시 만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