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그림자: 호러보다 깊은 집착
그가 도착했을 때, 나는 그의 향기를 알아차렸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그 특유의 목련 향.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다녀왔어요, 여보." 그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울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의 게임 규칙이었다. 내가 숨어있으면, 그가 찾는다. 항상 그랬다.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왔다.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 나무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마치 오래된 바이올린의 현을 긁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옷장 안에서 숨을 죽였다. 옷들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가 차갑게 목을 스쳤다.
"어디 있어, 사랑하는 사람?" 그의 목소리가 이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달콤하면서도 낯선 울림이 있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 그의 숨소리가 가까워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우리의 놀이였다. 우리만의 의식.
"찾았다." 옷장 문이 열리며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내가 알던 따스함이 없었다. 검은 동공만이 무한히 확장되어 있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웃었다. 너무나 익숙한 미소였지만, 어딘가 잘못되었다. "벌써 잊었어? 우리는 5년 전부터 이렇게 살고 있어. 당신이 그를 죽인 후부터."
나는 벽을 짚으며 뒤로 물러섰다. 머릿속에 파편처럼 기억들이 떠올랐다. 깨진 유리잔. 피 묻은 손. 정원 구석에 파인 깊은 구덩이.
"아니... 그건..." 내 손이 떨렸다.
그가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손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괜찮아. 나도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나를 묻어준 그날부터 줄곧."
거울을 보았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나만이 비쳐있었다. 그리고 내 눈동자가... 점점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여보, 문 좀 열어줘. 열쇠를 깜빡했어."
익숙한 목소리. 살아있는 그의 목소리.
내 곁의 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열어주지 마. 우리의 사랑은 이미 죽음보다 깊어졌어. 그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는 그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살아 숨쉬는 따스함일까, 아니면 죽음도 초월하는 이 집착일까. 나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나는 잠시 망설였다. 문 너머 세상에는 아직 햇살이 있었다. 하지만 내 영혼은 이미 어둠에 길들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