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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화장품

화장품 사랑: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그녀는 죽은 후에도 화장대 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엄마의 빨간 립스틱, 크림색 파운데이션, 핑크빛 블러셔가 마지막으로 그녀가 만진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그것들을 치울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는 화장품을 사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미용 제품이 아니라 그녀에게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아침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자신의 얼굴에 색을 입혔다. 붓이 천천히 피부를 스치는 소리,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작은 '딸깍' 소리, 그리고 그녀가 흥얼거리던 노래가 우리 집의 아침을 알렸다.

"화장은 단순히 예뻐지는 게 아니야, 소희야. 이건 나를 표현하는 언어야." 엄마는 종종 내게 말했다. 열여섯 생일에는 첫 립스틱을 선물해주며 "이제 너도 너만의 언어를 찾을 시간이야"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가 떠난 지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마침내 그녀의 화장대 앞에 앉았다. 손끝으로 파운데이션 병을 만지작거리자 엄마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립스틱 케이스를 열자 그녀의 향기가 희미하게 퍼졌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 화장품들 속에 엄마의 사랑이, 그리고 그녀의 삶의 조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용기를 내어 엄마의 빨간 립스틱을 내 입술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거울 속에서 엄마의 미소가 내 입술에 번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블러셔를 바르자 그녀의 생기가 내 뺨에 돌아왔다. 아이라이너를 그리자 그녀의 단호함이 내 눈빛에 깃들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엄마가 말한 '언어'의 의미를. 화장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매개체였다. 그녀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마주하는 용기였다. 그리고 지금, 그것은 그녀와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가 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엄마의 화장대 앞에 앉아 그녀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화장품 하나하나에는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결혼식 날 사용했던 아이섀도, 내 초등학교 입학식에 바른 코랄 립스틱,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하이라이터.

사랑은 떠난 후에도 남는 것이라고 한다. 엄마는 화장품이라는 형태로 내게 그 사랑을 남겨주었다. 오늘도 나는 엄마의 빨간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바르며 생각한다. 이 색이 바래면, 엄마의 사랑도 함께 사라지는 걸까? 아니, 화장은 지워져도 사랑은 남는다. 매일 아침 나는 엄마의 언어로 새롭게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