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회사: 출퇴근하는 마음
그녀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리던 날, 내 인생의 분기점이 될 줄은 몰랐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실루엣은 희미한 안개처럼 흐릿했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의 미소는 형광등 불빛보다 사무실을 환하게 밝혔다.
"신입사원 김미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 첫 커피처럼 또렷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회사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철저히 분리해온 사람이었다. 사랑은 비즈니스 모델에 없는 항목이었고, 감정은 분기 보고서에 기재할 수 없는 숫자였다.
우리의 관계는 엑셀 시트처럼 정확했다. 오전 회의, 점심 식사, 오후 프레젠테이션 준비, 저녁 야근. 캘린더에 빼곡히 채워진 일정 사이로 그녀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회의실 테이블 건너편에서 볼펜을 돌리는 그녀의 손가락, 복사기 앞에서 기다리며 무심코 흥얼거리는 노래, 야근할 때 머리를 묶는 방식까지. 모든 디테일이 내 일과에 침투했다.
어느 금요일 저녁, 사무실은 주말을 앞두고 텅 비었다. 컴퓨터 모니터 불빛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부장님, 아직도 일하세요?"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퇴근 준비를 마친 채 내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녀의 모습은 회사의 일부가 아닌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보였다.
"이번 프로젝트 마감이 월요일이라서요." 내 대답은 기계적이었다.
"도와드릴까요?" 그녀가 코트를 벗으며 말했다.
우리는 밤 10시까지 작업했다. 야근 도시락, 블라인드를 통해 보이는 도시의 불빛, 커피 잔 테두리에 남은 립스틱 자국. 이런 것들이 우리 사이의 공식적인 경계를 흐리게 했다. 그날 밤 택시를 함께 타고 가며, 나는 처음으로 회사 밖의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소설을 쓰는 그녀의 취미,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습관, 부모님과 매주 일요일 통화하는 일상.
사랑은 회사 규정에 없었다. 하지만 감정은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그녀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어떤 직무 기술서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사직서가 내 책상 위에 놓였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요"라는 이유였다. 내 심장이 분기 실적처럼 곤두박질쳤다. 퇴사 전날, 우리는 회사 옥상에서 마지막 담배를 함께 피웠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비즈니스 플랜도, 마케팅 전략도 아니었다.
"함께 가도 될까요?"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미소가 번졌다. "부장님, 이건 회사 규정에 어긋나는 제안 아닌가요?"
다음 날, 나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회사 메일함이 아닌 마음에서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걸어나간 회사 로비에는 새로운 신입사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몰랐다. 때로는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도 가장 빛나는 비즈니스가 사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