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간식: 찍히지 않은 순간들
카메라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1/200초 사이, 할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나는 그것을 놓쳤다. 할머니의 웃음 뒤에 숨은 그 찰나의 슬픔을. 사진에는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는 할머니만 남았다.
"할머니, 이번에는 간식 들고 찍어요!" 내가 건넨 유과를 받아드는 할머니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노란 과자 봉지와 주름진 손, 그 대비가 렌즈를 통해 보니 더 선명했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나는 할머니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혹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 간식, 네 아버지가 어렸을 때 제일 좋아했던 거야." 할머니의 목소리에 실린 떨림을 포착할 카메라는 없었다. 나는 다시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할머니가 유과를 입에 넣는 순간이 프레임에 담겼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 그것만 담겼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던 날, 모니터 속 할머니의 사진들을 연속으로 보았다. 할머니와 아침 식사, 할머니와 텃밭, 할머니와 간식... 모두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진과 사진 사이, 내가 카메라를 내려놓았던 순간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사진들... 뭔가 빠진 것 같아." 나는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봉지를 뜯다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던 순간, 유과를 먹다가 문득 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들이쉬던 순간, 그런 것들이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카메라 없이 할머니를 찾아갔다. 평소처럼 간식을 가져갔지만, 이번엔 렌즈 뒤에 숨지 않았다. "할머니, 오늘은 같이 먹어요."
우리는 마당 평상에 나란히 앉아 유과를 먹었다. 할머니는 천천히 봉지를 열었다. 그리고 첫 조각을 입에 넣기 전,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거 먹으면 네 아버지 생각나." 할머니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전쟁 통에 이것밖에 못 먹였는데도, 그 아이는 항상 웃었어."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내가 찍은 수십 장의 사진에 할머니의 진짜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을. 간식 한 조각에 담긴 역사가, 내 렌즈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카메라를 들기 전에 먼저 옆에 앉는다. 간식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가끔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사진이 될 수는 없다. 어떤 기억은 오직 마음속에만 담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할머니의 간식 시간을 통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