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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날씨

천 개의 날씨를 담은 사진

사진기가 천장에서 떨어졌을 때, 나는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유품이라는 사실보다 그 안에 담긴 하늘 사진들이 더 걱정됐다. 깨진 렌즈 사이로 기억 카드가 살짝 보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하늘을 찍었다. 변하는 건 오직 날씨뿐이었다.

"5,478일의 아침 하늘. 내 인생의 날씨를 모두 모으면, 네 인생의 길잡이가 될 거야." 아버지의 장례식 날, 발견한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죽음을 예감했던 걸까. 15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촬영한 하늘 사진들. 그가 폐암 진단을 받은 날의 하늘은 역설적이게도 맑디맑았다.

카드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폴더를 열자 파일명이 모두 날짜였다. 2008년 3월 15일부터 시작되어 어제까지. 어제의 하늘은 회색빛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마치 아버지가 떠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진들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화창한 날,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태풍이 지나간 날... 같은 자리에서 찍은 하늘은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5년 7월 17일 사진에서 멈췄다. 번개가 치는 격렬한 하늘 아래, 작은 점 하나가 보였다. 확대해 보니 그건 내가 아버지에게 선물했던 연이었다. 내 열두 번째 생일날, 폭풍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내 고집을 꺾지 못해 연을 날렸고, 결국 그 연은 하늘로 사라졌다.

"살면서 가장 두려운 날씨는 언제였니?" 어느 날 아버지가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망설임 없이 "폭풍우요"라고 대답했었다. 아버지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폭풍은 두려워할 게 아니야. 모든 날씨에는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어. 인생도 마찬가지지."

사진들을 시간순으로 정렬해 슬라이드쇼로 만들어보았다. 1초에 하나씩 지나가는 하늘들. 마치 아버지의 인생이 압축된 영상 같았다.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고, 때로는 폭풍우가 치고, 또 다시 맑아지는... 5,478일의 날씨가 빠르게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패턴은 마치 하나의 리듬 같았다.

그제야 아버지의 말이 이해됐다. 날씨는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날씨든 결국 지나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사진으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아버지의 카메라를 수리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서서 하늘을 향해 렌즈를 들었다. 5,479일째의 하늘은 맑았다가, 흐렸다가, 다시 맑아지는 하루였다. 마치 내 마음처럼. 아버지의 사진 컬렉션에 새로운 날씨를 추가하며, 나는 생각했다. 이제 내 인생의 날씨도 여기에 담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