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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드게임

사진 속 보드게임: 승부의 흑백

처음 만져본 카메라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였다. 검은 케이스에 담긴 니콘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이었다. 셔터 소리가 아버지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사진관을 열고 10년, 나는 결혼 사진, 증명사진, 가족사진 속에서 타인의 행복을 포착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매일 밤, 문을 닫은 사진관에서 나는 아무도 모르는 의식을 치렀다.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했던 체스 게임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검은 말, 흰 말. 검은 폰, 흰 폰. 나는 흑과 백, 두 가지 색으로만 남은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퀸을 움직일 때마다 찍는 사진 한 장. 룩을 놓을 때마다 찍는 사진 한 장. 체크메이트가 될 때까지, 나는 매일 밤 보드 위의 변화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취미군요." 어느 날 사진을 찾으러 온 노인이 말했다. 흰 머리에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아버지와 똑같은 체스맨 모양의 넥타이핀. 노인의 눈이 벽에 걸린 체스 사진들에 고정되었다.

"당신 아버지와 마지막 게임을 했던 사람이 나라네." 노인의 말에 숨이 멎는 듯했다. "그가 돌아가시기 전날, 우리는 끝내지 못한 게임이 있었지."

노인이 떠난 후,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매일 밤 재현했던 게임판의 사진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기억하는 대로 배치했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사진마다 조금씩 달랐다. 마치 누군가가 밤중에 들어와 말을 움직인 것처럼.

다음 날 밤, 나는 체스판을 평소와 같이 세팅하고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백이 아닌 흑을 선택했다. 타이머를 설정한 카메라는 10분마다 자동으로 셔터를 눌렀다.

아침이 되어 현상한 사진을 보고 나는 소름이 돋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은 흰 말들이, 사진마다 한 칸씩 이동해 있었다. 마지막 사진에서는 흰 퀸이 내 킹을 향해 있었다. 체크메이트였다.

그날 저녁, 노인이 다시 찾아왔다. "당신 아버지는 항상 백을 선호했지. 그는 결코 지는 법이 없었네." 노인의 미소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우리의 마지막 게임을 끝내지 않겠나?"

지금도 매주 목요일 밤, 사진관의 불이 켜져 있다면, 그것은 내가 노인과 체스를 두고 있다는 신호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버지를 기억한다. 다만 이상한 것은, 게임이 끝난 후 현상한 사진들 속에서 때때로 세 번째 손이 보드 위에 드리워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