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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랑

사진 속 사랑: 그가 남긴 마지막 프레임

그의 눈동자에 맺힌 마지막 이미지는 내가 아니었다. 카메라의 셔터가 닫히는 순간, 나는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타인을 향한 그의 렌즈가 내 가슴을 찢어놓은 그날, 나는 그가 찍은 모든 사진을 태우기로 마음먹었다.

유진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건 수백 장의 사진들이었다. 손이 떨렸다. 첫 번째 사진을 집어 들었을 때, 예상했던 다른 여자의 얼굴 대신 내 모습이 거기 있었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순간들이, 그가 바라본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날짜와 함께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녀가 웃을 때 왼쪽 볼에 생기는 작은 보조개." "햇빛에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 "책을 읽을 때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무는 모습."

마지막 사진을 집어들었다. 병원 침대에 누운 채 잠든 내 모습이었다. 그날은 내가 맹장 수술을 받은 날이었다. 사진 뒷면에는 마지막 메모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을 담을 수 없다. 이 세상에 내가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증거들."

손이 떨려 사진을 떨어뜨렸다. 그제야 눈에 들어온 편지 한 통. 의사가 말했던 병명과 함께 '말기'라는 단어가 선명했다. 폐에 퍼진 암. 여섯 달 시한부. 날짜를 보니 우리가 헤어진 바로 그때였다.

그가 다른 여자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믿었던 나의 착각. 그건 그가 나를 떠나보내기 위한 연극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는 내게 마지막 아픔을 주기보다 차라리 미움을 받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그가 생전에 좋아했던 계절이었다. 빛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시간이라고. 사진작가였던 그는 항상 빛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야 이해한다. 우리의 사랑은 사진 속에 영원히 현상된 채 남아있다는 것을. 그가 떠난 세상에서, 나는 그가 찍은 마지막 프레임이 되었다.

오늘, 나는 그가 남긴 사진들을 정리하며 생각한다. 사랑은 때로 셔터처럼 순간이지만, 그 인화된 감정은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을. 창가에 걸린 그의 카메라에 햇빛이 반사되어 내 얼굴에 닿았다. 마치 그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