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생존: 찍히지 않은 순간들
셔터 소리가 울리는 순간, 난 또 한 번 죽었다. 내 영혼의 일부가 카메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이 느낌에 이제는 익숙해졌다. 사진작가 지망생이었던 나는 이제 사진에 찍힐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현상자'가 되었다.
첫 징후는 졸업 작품 전시회 날이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인화하는 동안, 암실의 붉은 조명 아래서 내 손가락 끝이 반투명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시회에서 내 초상을 찍은 동료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 희미하게 지워지고 있었다.
의사들은 내 상태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구글링 끝에 나와 같은 '현상자'들의 비밀 포럼을 발견했다. 우리는 카메라에 찍힐 때마다 실존의 일부가 이미지에 전이된다는 것. 그리고 찍힌 사진이 많을수록, 점점 더 빨리 현실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의 남은 '노출'은 약 50회야." 포럼의 장로 격인 한 사진가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엔...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게 돼."
SNS 계정을 모두 삭제했다. 카메라가 있는 장소는 피했다.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가족 앨범을 뒤적이며 이미 찍힌 내 사진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았다. 너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차에 치인 아이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기에 바빴지만,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아이를 구했다. 그 순간 수십 대의 카메라가 나를 향했다. 수십 번의 셔터 소리. 내 남은 생이 순식간에 반으로 줄었다.
뉴스에 내 얼굴이 나왔다. "의문의 영웅, 카메라를 피해 사라져". 포럼 멤버들은 내 선택을 비난했다. "미친 짓이야. 네 생존을 위협했어."
그날 밤, 내가 구한 아이의 어머니가 보내온 메시지를 읽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제 아들은 살아있지 않았을 거예요. 제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에요."
메시지에는 아이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를 그린 그림. 희미하게 웃고 있는 얼굴. 그림 아래에는 서툰 글씨로 쓰여 있었다: '내 영웅'.
다음 날,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은 더 희미해져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어쩌면 진정한 생존은 이미지 속에 영원히 남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남은 '노출'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이제 나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