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소개팅: 프레임 너머의 진실
나는 그녀의 사진을 첫눈에 알아봤다. 소개팅 앱에서 다섯 번째로 넘긴 프로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얼굴처럼. 하지만 우리가 만난 적은 없었다.
"연우씨, 제가 5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그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라떼 김이 흐릿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답장을 보냈다. "괜찮아요. 천천히 오세요." 밖에서는 가을비가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프로필을 다시 열었다. 세 장의 사진이 있었다. 첫 번째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트 모양의 손가락을 만들고 있는 모습, 두 번째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 세 번째는 노을을 배경으로 뒤돌아선 실루엣. 모두 완벽하게 계산된 앵글이었다. 그러나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두 번째 사진 속 테이블 위에 놓인 책이었다. 『기억의 미로』, 내가 작년에 출간한 사진집이었다.
카페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프로필 사진보다 더 예뻤다. 검은 우산의 물기를 털며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박민준 씨?"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아니요, 방금 왔어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녀는 간호사였고, 취미는 독서와 여행이라고 했다. 나는 사진작가라고 소개했다.
"실은..." 그녀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당신의 사진집 팬이에요. 『기억의 미로』를 세 번이나 읽었거든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정말요? 그 책은 많이 팔리지 않았는데..."
"특히 마지막 장의 사진이 좋았어요. 버려진 놀이동산의 거울 미로에서 찍은 자화상."
나는 잠시 침묵했다. 마지막 장에는 그런 사진이 없었다.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익숙했어요. 마치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잠시만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자리에 남겨진 가방을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뻗었다. 가방 속에서 나온 것은 내 사진집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가 본 적 없는 사진이 있었다. 버려진 놀이동산의 거울 미로에서 찍은 내 자화상. 그리고 그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
창밖을 바라보니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당신이 찍지 않은 사진들을 기억하나요? 다음 만남에서 이야기해요." 연우라는 이름 대신, '미로'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카페 창문에 맺힌 빗방울 사이로 내 얼굴이 수십 개로 부서져 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