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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사랑

소개팅이 필요 없는 사랑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 '소개팅 3시, 카페 블루밍'이라는 알림이 떴을 때, 민지는 이미 열두 번째 소개팅을 취소할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그녀의 삶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민지는 달랐다. 자신의 어수선한 삶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진짜 괜찮은 남자래. 박사 과정에 취미는 등산이야." 친구 소라의 메시지에 민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진짜 괜찮은' 남자들과의 만남은 뻔한 질문과 어색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마치 철저히 계산된 거래 같았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가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카페에 들어서자 달콤한 커피 향과 부드러운 재즈가 그녀를 반겼다. 창가에 앉은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또 다른 지식인 타입이구나.' 민지는 생각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읽고 있는 것은 동화책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안녕하세요, 민지 씨?"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고, 눈빛은 진실했다. "제 조카가 좋아하는 책인데, 선물하기 전에 한 번 읽어보고 있어요."

민지는 순간 그의 손에 들린 책 제목을 보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민지가 말했다.

"네, 아이들은 늘 좋은 질문을 갖고 있죠. 어른인 우리가 답을 못 하는." 그가 미소 지었다.

소개팅은 예상과 달리 자연스러웠다. 정형화된 질문들 대신 그들은 동화책, 철학, 그리고 서로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지는 서서히 자신의 방어막을 내리고 있었다.

"사실..." 두 시간이 지나고 그가 말했다. "저는 소개팅이라는 개념이 불편해요. 타인의 취향에 맞춰진 자신을 포장하는 것 같아서."

민지는 놀랐다. "그런데 왜 오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가 머뭇거리다 답했다. "당신 친구가 보여준 사진 속에서 슬픈 미소를 짓고 있는 당신이 궁금했어요. 그 슬픔 뒤에 무엇이 있는지."

그날 밤, 민지는 일기장에 오랜만에 글을 썼다. '사랑은 소개팅 앱이나 친구의 중매가 아닌, 예상치 못한 순간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당신의 방어막 너머를 보려 할 때, 그것도 사랑의 시작일지도.'

일 년 후, 그들은 같은 카페에서 그 동화책을 함께 읽고 있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제 그들은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가끔은 소개팅이 필요 없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세상의 우연이 때로는 가장 완벽한 소개자라는 것을 깨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