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의 영화: 우리가 만든 각본
"모든 첫 만남은 편집되지 않은 영화의 첫 장면과 같아요." 그녀가 말했을 때, 나는 웃었다. 이런 소개팅에서 영화 평론가를 만날 줄은 몰랐으니까. 카페의 재즈 음악이 우리 대화 사이로 부드럽게 흘렀다. 그녀의 검은 뿔테 안경과 살짝 헝클어진 단발머리가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영화라... 그럼 이 소개팅은 어떤 장르인가요?" 내가 물었다. 커피 향이 짙게 퍼지는 테이블 위로 그녀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아직 모르겠어요. 로맨스일 수도, 코미디일 수도, 아니면..."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머리를 기울였다. "미스터리일 수도 있죠."
그날 우리는 세 편의 영화를 보았다. 첫 번째는 오후 2시의 독립영화, 두 번째는 저녁 6시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마지막은 심야 상영의 고전 흑백영화. 계획된 소개팅은 한 편으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첫 영화가 끝나고 나온 우리는 마치 대본이라도 짠 듯 동시에 "다음 영화도 볼까요?"라고 물었다.
세 번째 영화가 끝나고 새벽 거리를 걸을 때, 그녀는 갑자기 멈춰 서서 내게 물었다. "이런 소개팅, 처음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혼자 보내기 싫었거든요." 그녀의 고백이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내게 닿았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의 만남이 실은 소개팅이 아니었다는 것을. 공통 친구가 급히 준비한, 그녀의 외로운 생일을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입술을 깨물자 그녀가 서둘러 말했다. "하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오늘이 제 최고의 생일이었어요."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본 순간, 나는 이상한 결심을 했다. "이제 우리 영화의 장르가 정해진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해피엔딩이 보장된 로맨스요." 그리고 우리는 웃었다. 인생이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일 년 후, 우리는 결혼식장에서 그날의 영화표 세 장을 액자에 넣어 전시했다. 우리의 첫 데이트가 소개팅이 아니었음을 아는 사람은 신랑과 신부, 그리고 그 '공통 친구' 뿐이었다. 하객들에게 우리는 완벽한 소개팅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가끔은 삶이 만드는 각본이 작가의 상상력보다 더 놀랍다는 것을 우리만 알고 있었다.
오늘도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본다. 그리고 종종 서로에게 묻는다. "우리 이야기가 영화라면, 지금은 어떤 장면일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인다. "아직 첫 번째 릴이 끝나지도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