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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포켓몬

아내와 포켓몬: 그녀의 비밀 컬렉션

아내의 장례식 날, 그녀가 평생 숨겨온 상자를 발견했다. 이십 년 동안 함께 살았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침대 밑 느슨한 바닥재 아래, 먼지 쌓인 나무 상자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상자 안에는 포켓몬 카드가 가득했다. 하나같이 보존 상태가 완벽한, 첫 번째 에디션들이었다. 홀로그램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그녀의 웃음처럼 생생했다. 카드 밑에는 낡은 게임보이와 포켓몬 레드 카트리지가 있었다. 배터리가 아직 살아있을까 싶어 전원을 넣자, 놀랍게도 화면이 밝아졌다. 저장된 게임 데이터는 442시간. 플레이어 이름은 내가 아는 그녀의 이름이 아닌 '치카'였다.

"당신이 이걸 찾았다면, 내가 없다는 뜻이겠죠." 상자 바닥에 접힌 편지가 있었다. 그녀의 필체는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우리가 만났을 때, 나는 '어른스러운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포켓몬을 사랑하는 어린 소녀는 당신이 원하는 여자가 아닐 거라 생각했죠."

손가락이 떨렸다. 아내는 항상 내 취미를 존중해주었다. 내가 밤늦게 게임을 할 때도, 만화책을 사 모을 때도 미소 지었다. 반면 나는 그녀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요리"라는 대답에 더 묻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게임에 관심을 보일 때면 "여자가 무슨 게임이냐"며 웃어넘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치카는 내 어릴 적 별명이에요. 피카츄처럼 전기가 통한다고 친구들이 붙여줬죠. 우리 첫 데이트 날, 당신이 '어린애 같은 것들'이라며 포켓몬 포스터를 비웃는 걸 듣고, 내 일부를 묻어버리기로 결심했어요."

내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매일 아침 출근 전 키스, 매일 밤 안아주던 그 여자가, 내 옆에서 이십 년을 살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니. 상자 구석에 작은 스케치북이 눈에 들어왔다. 펼쳐보니 아내가 그린 포켓몬 그림들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우리 모습을 포켓몬 트레이너로 그려놓았다. 함께 모험을 떠나는 모습이었다.

"이제 너무 늦었지만, 당신이 이걸 발견했다면... 부디 나를 미워하지 말아요. 그리고 혹시, 아주 혹시... 당신도 포켓몬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나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게임을 해줘요. 내 세이브 파일을 지우지 말고, 내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에서 시작해줘요. 그럼 우리는 여전히 함께인 거니까."

그날 밤, 나는 아내의 게임보이를 켰다. 화면 속 캐릭터는 어느 작은 마을의 포켓몬 센터 앞에 서 있었다. 처음으로 버튼을 눌러 캐릭터를 움직였을 때, 마치 그녀의 손이 내 손 위에 포개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시작된 우리의 진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