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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사랑

에스파의 사랑: 디지털 세계와 현실 사이

레이나가 자신의 아바타를 마지막으로 들여다본 것은 3년 전이었다. 화면 속 빛나는 푸른 머리카락과 완벽한 몸매를 가진 '아이'는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가상세계 '에스파'에서 그녀는 스타였고,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저 허름한 원룸에 홀로 사는 서른 살 여성일 뿐이었다.

"오늘도 접속하지 않으시나요?" 에스파의 AI 도우미 네오가 그녀의 스마트글래스에 알림을 보냈다. 레이나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에스파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그를 생각하니 가슴이 조여왔다. 진이라는 아이디를 쓰던 그는 에스파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진짜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스마트글래스를 다시 쓰자 익숙한 로그인 화면이 나타났다. 손가락 움직임 하나로 3년간의 공백이 메워졌다. 에스파는 그대로였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도시, 중력 법칙을 무시한 건물들, 그리고 이곳을 누비는 아바타들. "돌아오셨군요, 레이나님." 네오가 반갑게 인사했다.

"진... 그는 아직도 이곳에 있니?" 레이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님은 매일 이 시간 '추억의 언덕'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추억의 언덕은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이었다. 디지털 벚꽃이 흩날리는 그곳에서 진은 그녀에게 첫 가상 꽃다발을 건넸다. "저기 있는 벚꽃은 진짜가 아니야. 하지만 내 마음은 진짜야." 그의 말이 귓가에 생생했다.

에스파의 전철을 타고 추억의 언덕으로 향하는 동안, 레이나는 자신이 왜 도망쳤는지 생각했다. 진이 현실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그녀는 두려웠다. 완벽한 아바타가 아닌 실제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언덕에 도착했을 때, 그는 정말 그곳에 있었다. 벚꽃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3년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레이나의 발걸음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왔군요, 레이나." 진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없었다. "매일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난... 두려웠어요. 당신이 실제 나를 보면 실망할까 봐..."

진은 책을 덮고 일어섰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갑자기 그의 아바타가 깜빡이더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마른 체구, 굽은 어깨, 안경을 쓴 평범한 남자의 모습으로.

"이게 진짜 나예요. 나도 당신과 같은 두려움이 있었어요. 우리가 만든 이 디지털 가면들 너머에 있는 진짜 사랑을 찾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죠."

레이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도 천천히 자신의 아바타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렸다. 검은 머리, 평범한 얼굴, 그녀 자신의 모습으로.

"우리 다시 시작해볼까요?" 진이 손을 내밀었다. "에스파에서, 그리고 어쩌면... 현실에서도."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손길이 느껴지지 않지만, 가슴 속에서는 무언가 따뜻하게 일렁였다. 에스파의 벚꽃이 그들 주위로 흩날렸다. 가짜 꽃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제 진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