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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카페

여름 카페: 작별의 시간

그날 카페의 에어컨은 고장 나 있었다. 여름이 무르익은 7월 말,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매섭게 내리쬐었고 나는 굳이 이곳, 낡은 테이블 의자에 앉아 땀을 흘리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내 인내심보다 빨랐다. 유리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들이 테이블 위로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습한 공기는 피부에 달라붙었고, 천장의 선풍기는 무력하게 돌아가며 더위를 흉내만 내고 있었다. 카페 스피커에서는 쓸쓸한 재즈가 흘러나왔다. 색바랜 벽지와 빛 바랜 사진들, 그리고 나만큼이나 지쳐 보이는 바리스타. 이 모든 것이 5년 전 처음 그를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바리스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고작 30분을 기다렸을 뿐인데 컵은 이미 비어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두 번째 커피를 받으며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름 햇살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그저 무표정하게 걸어갔다. 내가 이 카페에서 첫 데이트를 했던 날도 저렇게 뜨거운 여름이었을까.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잠시 들어왔다. 그가 아니었다. 여전히 그는 오지 않았다. 벽시계는 약속 시간보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었다. 내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우리 옛날 그 카페에서 만나자. 중요한 얘기가 있어.'

창가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바깥세상과 내 세계를 구분 짓는 투명한 경계. 그 경계 너머로 그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 5년 전과 달라진 것은 조금 길어진 머리카락과 더 깊어진 눈매뿐이었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카페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의 발걸음이 내게 다가오는 소리만 들렸다.

"오랜만이야." 그가 내 앞에 앉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결혼한다면서." 대답 대신 내가 먼저 말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서... 직접 말하고 싶었어."

우리는 이제 각자의 여름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하고, 사람들은 떠난다. 하지만 이 여름 카페의 기억만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했던, 그리고 보낼 수 있게 되었던 증거로.

나는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이 뜨거운 여름의 끝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