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불편한 사랑
"나 이제 고백할거야." 그녀가 말했을 때, 난 마침내 기다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해였다. 여사친 서연은 내게 고백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법을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지훈아, 너는 항상 이런 거 잘 알잖아. 우리 과 민준이한테 어떻게 고백하는 게 좋을까?" 서연의 목소리에서 설렘이 묻어났다. 그녀의 눈은 반짝였고, 가을 오후의 카페 창가에 앉은 우리 사이로 흐르는 시간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내 손에 쥔 아메리카노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5년 동안 '그냥 친구'였다. 대학교 새내기 때 같은 조가 되어 친해진 이후,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성 친구가 되었다. 시험 기간에 밤새 공부하며, 서로의 연애 상담을 들어주고, 생일에 깜짝 파티를 열어주는 사이. 모두가 우리를 '결국엔 사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넘지 못했다.
"지훈이 너 같은 남자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근데 너무 친해서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서연이 종종 하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넘겼다. 거절당하는 것보다, 우정마저 잃는 것이 두려웠으니까.
"음... 민준이는 영화 좋아하지 않아? 영화관에서 자연스럽게 고백하는 건 어때?" 내 목소리가 떨렸다. 서연을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남자에게 고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서연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지훈이는 날 잘 알아. 그런데 고백하기 전에 너한테 물어볼 게 하나 있어." 그녀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내 심장이 빨라졌다.
"민준이가... 내 여사친으로만 보는 건 아닐까? 너랑 나처럼... 그냥 좋은 친구로만?" 서연의 눈에 불안함이 어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여사친'이라는 편리한 꼬리표가 아니라,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그동안 나는 '거절'이 두려워 침묵했지만, 어쩌면 서연도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서연아, 나도 물어볼 게 있어." 내 목소리가 흔들렸다. "왜 민준이한테 고백하려고 해?"
서연은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그야... 내가 좋아하니까..."
"정말? 아니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돌리려고 하는 거야?"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카페의 소음 속에서 우리 둘 사이의 침묵만이 크게 울렸다. 여사친이라는 안전한 경계를 넘어, 사랑이라는 위험한 영역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