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사친의 영화
내가 '여사친'이라는 말을 혐오하게 된 건 그녀가 내 앞에서 사라진 날부터였다. 누군가는 우리를 '그냥 친구'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했겠지만, 세상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순수한 우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10년 동안 서로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녀의 이름은, 아니, 이름조차 이제는 발음하기 어렵다.
유리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다. 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하는 동안, 그녀의 단편 영화들은 내가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진심으로 감동받았던 작품들이었다. 나는 해가 뜨기 전 새벽녘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그녀의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밤샘 편집에 지친 그녀의 어깨에 내 재킷을 둘러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연인이 아닌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너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어."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였다.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그 문자를 읽었을 때는,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날 유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녀의 전화는 꺼져 있었고, 아파트는 비워져 있었다. 마치 이 도시에서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아들였지만, 성인이 자발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3개월이 지났을 때,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소포가 왔다. USB 하나. "딸이 당신에게 이걸 전해달라고 했어요." 그녀의 어머니는 전화로 그렇게만 말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USB 속에는 파일 하나, '마지막 여사친'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화면이 켜지자 유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고백이자 작별인사야." 47분 동안의 영화는 우리의 10년을 담고 있었다.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녀의 시선, 내가 무심코 던진 말들이 그녀에게 남긴 상처, 그리고 결국 그녀가 견디지 못했던 것—그저 친구로만 남아야 한다는 현실.
마지막 장면에서 유리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은 때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야. 내가 있는 한, 너는 진짜 사랑을 찾지 못할 거야. 네가 '여사친'이라고 부르던 나는, 사실 늘 너를 사랑했어."
화면이 검게 변하고, 자막이 올라왔다. "나는 괜찮아. 찾지 마. 이 영화가 끝나면, 우리도 끝나는 거야."
이제 그녀의 영화는 내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채 먼지를 쌓아가고 있다. 가끔은 그녀가 진짜로 영화감독이 되어 어딘가에서 새 영화를 만들고 있을까 상상한다. 하지만 더 자주, 나는 우리의 마지막 장면이 편집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결말, 그녀가 용기를 내어 고백했더라면, 내가 그녀의 눈을 제대로 들여다봤더라면 펼쳐졌을 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