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의 마지막 카페
그녀가 앉아 있던 창가 자리는 이제 다른 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 일 년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우리가 자리 잡던 바로 그 테이블. 오늘도 햇빛은 똑같이 쏟아지고, 바리스타의 분주한 움직임도, 에스프레소 머신의 기분 좋은 소음도 여전했다. 변한 건 단 하나, 그녀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라테 위에 떠 있는 하트 모양의 우유 거품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걸 지켜봤다. 그녀는 항상 내 커피가 식기 전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사라지니까." 그때는 그 말이 귀엽게만 들렸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녀는 모든 것을 기록했지만, 정작 우리의 감정은 기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커피숍 구석에 자리 잡은 오래된 책장에서 그녀가 자주 꺼내 보던 시집이 여전히 꽂혀 있었다. 한번은 그녀가 내게 한 구절을 읽어줬었다. "사랑은 커피와 같아서, 처음엔 쓰지만 중독되면 매일 찾게 된다." 그때 우리는 웃었다. 그 말이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틀렸기 때문에. 우리의 사랑은 처음부터 달콤했으니까.
카페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말했을 때도 바로 이 자리였다. 그날 이후 매주 토요일, 같은 시간에 나는 이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시나몬 향이 감도는 공기와 창밖으로 흐르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화분에는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앙상한 줄기뿐이었는데.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커피가 식어가는 동안 내 침묵도 깊어졌다. 옆 테이블에서는 새로운 연인들이 속삭이고 웃고 있었다. 그들의 손가락이 맞닿을 때마다 공기 중에 작은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주머니에서 그녀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을 꺼냈다. 접힌 종이를 펼치자 그녀의 필체로 쓰여진 마지막 메시지가 드러났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행복했어. 하지만 모든 커피가 그렇듯, 마지막 한 모금은 쓰기 마련이야." 그제서야 그녀가 왜 그토록 순간을 기록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침내 결심했다. 빈 컵과 함께 그녀에 대한 기억도 내려놓기로. 계산대로 걸어가며 창가를 바라봤다. 햇살이 비치는 그 자리에 이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종업원에게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처음으로 카페의 이름이 적힌 간판을 유심히 바라봤다. "라스트 챕터". 그녀는 정말 모든 것을 계획했던 걸까, 아니면 우연일까.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뀌었다. 그리고 잠시, 아주 잠시 동안 카페의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다시 울리고 그녀가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