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잃어버린 사진
이장의 카메라에 담긴 마지막 사진은 절벽 끝에 홀로 서 있는 내 뒷모습이었다. 문제는 그 사진을 내가 찍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태국 치앙마이의 한적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나는 침대 옆 작은 서랍에서 낡은 디지털카메라를 발견했다. 고장난 줄 알았지만 전원 버튼을 누르자 기적처럼 화면이 밝아졌다. 메모리 카드에는 93장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모두 내가 이번 여행 일정으로 계획했던 장소들이었다. 신기한 것은, 그 사진들 속에는 내가 있었다.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장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
손끝이 저릿했다. 누군가의 장난일까? 아니면 이전 투숙객의 기묘한 취향? 하지만 사진 속 인물은 분명 나였다. 같은 옷, 같은 가방, 심지어 왼쪽 손목에 찬 오래된 가죽 시계까지.
다음 날, 나는 사진 속 첫 번째 장소인 사원으로 향했다. 태양은 사진에서 본 것과 똑같은 각도로 금빛 불상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 속과 동일한 위치에 섰다. 마치 미래에서 온 지시를 따르는 것처럼.
이후 일주일 동안, 나는 사진 속 장소들을 하나씩 방문했다. 매번 사진과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각 장소에서 나는 점점 더 강한 데자뷰를 느꼈다. 92번째 사진까지 도달했을 때, 나는 이미 내가 이 모든 여행을 전에도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내 기억을 지우고 카메라만 남겨둔 것 같았다.
마지막 사진은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의 가장 높은 절벽이었다. 사진 속에서 나는 절벽 끝에 서 있었고, 등 뒤로는 끝없는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사진들과 달리 이것은 내 뒷모습만 담겨 있었다. 안개로 흐릿한 산맥 위로 붉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오늘, 나는 그 절벽에 도착했다. 바람은 차갑게 불었고, 태양은 정확히 사진에서 본 위치로 기울고 있었다. 절벽 끝으로 걸어가 똑같은 위치에 섰다. 누가 이 사진을 찍었을까? 등 뒤에서 셔터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사진 속 모든 순간은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순간은 아직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절벽 반대편에 서 있는 나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그의 눈빛은 내가 매일 거울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슬퍼 보였다.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울렸다. 94번째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