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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남사친

영화 속 남사친: 우리가 쓰는 각본

"인생은 우리가 찍는 영화고, 남사친은 언제나 조연으로 캐스팅되어 있다." 수민이 이 말을 했을 때, 나는 그저 웃어넘겼다. 대학교 4년 내내 옆자리를 지켜온 준호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으니까.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영화를 봤다. 그것은 불문율이었다. 준호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팝콘을 미리 사놓고, 극장 입구에서 기다리곤 했다. 그의 옆모습이 로비의 붉은 조명 아래 드러날 때면,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오늘은 로맨스 말고 스릴러 어때?" 준호가 제안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로맨스가 좋아. 난 늘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걸." 그는 웃으며 내 머리를 살짝 건드렸다. "네 인생은 이미 해피엔딩이잖아. 왜 영화에서까지 찾아?"

그날 밤, 영화는 뻔한 내용이었다. 여주인공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남자가 사실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 주인공들이 키스하는 장면에서 준호는 갑자기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가 돌아왔을 때, 그의 눈가는 붉었다.

"괜찮아?" 내가 물었다.

"그냥... 영화관 공기가 건조해서." 그는 시선을 피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가로등 불빛이 우리의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갑자기 준호가 멈춰 섰다. "유진아, 우리 관계가 어떤 영화 장르라고 생각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음... 버디 무비? 아니면 성장 영화?"

"나는... 로맨스라고 생각했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주인공들은 모르지만 관객들은 다 아는 그런 로맨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서 과거의 장면들이 영화처럼 재생되었다. 시험 전날 밤샘 공부를 도와준 준호, 이별 후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해준 준호, 항상 내 편이었던 준호. 갑자기 수민의 말이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왜 이제야 말해?" 내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했다.

"영화 속 남자친구들은 언제나 완벽한 타이밍에 고백하잖아. 하지만 현실은... 두려움이 더 컸어. 네가 싫어할까봐, 지금 이 관계마저 잃을까봐."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준호의 손은 차가웠다. 첫 데이트 날 영화관에서 떨리던 내 손처럼.

"다음 영화는 무슨 장르로 볼까?" 내가 물었다.

준호의 표정이 천천히 변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은 영화보다 현실이 더 아름다운 엔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그날 밤 우리는 함께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