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남편: 그가 스크린에서 내려온 날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늘 그렇듯 완벽한 미소,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 그리고 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 나는 극장 가장 앞자리에 앉아 숨죽여 그를 바라보았다. 내 남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남편을 연기하는 배우였다.
"당신은 언제나 내 인생의 주인공이었어요." 스크린 속 그가 말했다. 대사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쓰라렸다. 내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으니까. 팝콘 냄새와 차가운 에어컨 바람 사이에서 나는 그의 영화를 여섯 번째 보고 있었다.
남편은 '국민 배우'라 불렸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는 언제나 완벽한 연인이었고, 가족 영화에서는 이상적인 아버지였다. 하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그는 달라졌다. 집에서의 그는 대본 없이는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마치 영화 속 자신이 진짜고, 집에 돌아온 그는 가짜 같았다.
"여보, 오늘 촬영 어땠어?" 한 달 전, 평소처럼 물었던 나의 질문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대답 대신 여행 가방을 들고 나갔다. 다음 날 모든 신문과 뉴스는 그의 실종을 보도했다.
경찰은 "유명인의 자발적 실종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그의 팬들은 내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어쩌면 그들의 의심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화 속 그를 사랑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그를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영화가 끝나갈 무렵, 스크린 속 남편이 비에 젖은 채 달려오는 장면이 나왔다. 그때 갑자기 극장 문이 열렸다. 비에 흠뻑 젖은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는 배우도, 스크린 속 완벽한 남편도 아닌, 그저 지친 표정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미안해." 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었어. 당신 앞에서만큼은."
나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처음으로 대본 없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영화 속 그의 목소리보다 낮고, 거칠고, 그러나 훨씬 진실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처음으로 진짜 대화를 시작했다. 때로는 침묵도 섞인 어색한 대화였지만, 적어도 그것은 누군가 써준 대사가 아닌 우리의 말이었다. 극장을 나서며 깨달았다. 완벽한 영화 속 남편은 사라졌지만, 대신 불완전하고 진짜인 사람이 내 옆에 서 있었다. 스크린은 껐지만, 우리의 실제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