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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노래

영화 속 노래: 멈춰버린 시간

그녀가 죽은 날부터 매일 밤 9시, 나는 우리가 함께 보던 영화 속 그 노래가 들린다고 확신했다. 처음엔 환청이라 생각했다. 아내의 장례식 이후 한 달, 빈 소파와 차가운 이불 사이에서 미쳐가고 있었으니까.

"다시 들려, 그 노래." 어젯밤에도 똑같은 시간에 울려 퍼졌다. 영화 '여름의 기억' 엔딩 크레딧에 흐르던 그 멜로디.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였다. "인생은 지나간 영화처럼, 마지막엔 노래만 남는다네..."라는 가사가 있었다. 그 영화를 보던 날, 아내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저 감동적인 장면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오늘도 9시가 되자, 노래가 들려왔다. 이번엔 확실했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지하실로 내려갔다. 먼지 쌓인 박스들 사이에서 오래된 영사기를 발견했다. 아내가 결혼 전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것은 작동 중이었고, 벽에는 흐릿한 영상이 비치고 있었다.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필름은 우리의 결혼식 영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달랐다. 영상 속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고, 그 순간 아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카메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영상은 갑자기 우리가 함께 '여름의 기억'을 보던 장면으로 바뀌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우리. 아내는 울고 있었고, 나는 무심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필름은 계속 돌아갔다. 아내가 약을 먹는 장면, 마지막으로 내게 편지를 쓰는 장면,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진실들. 영상 속 아내는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이걸 보게 된다면, 이미 난 떠났을 거예요. 우리의 결혼식 날, 당신이 내게 한 말 기억해요? '사랑하는 척만 하면 된다'고."

필름이 끝나고, 노래만 남았다. 그제서야 그 가사의 의미를 깨달았다. 지난 5년간 아내는 알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것도.

영사기가 멈추고 노래도 끝났다. 하지만 나의 영화는 계속될 것이다. 매일 밤 9시, 그 노래와 함께. 어쩌면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른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밤 들려올 그녀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