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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생존

영화 같은 생존: 마지막 컷까지

정전된 영화관의 화면이 언제부터인가 내 삶이 되었다. 바깥세상이 멸망한 지 87일째, 나는 이 영화관에서 마지막 생존자로 남아있다.

오늘도 상영관 3번의 푹신한 빨간 의자에 앉아 손전등으로 책을 읽는다. 팝콘 부스에서 가져온 달콤한 카라멜 향이 아직도 내 코를 간지럽히지만, 이제는 마지막 한 봉지만이 남아있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는 중이다. 무슨 특별한 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희망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오늘의 상영작은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내 목소리가 텅 빈 상영관에 메아리친다. 지친 정신을 달래기 위한 의식이다. 영사실에서 찾은 발전기로 가끔 DVD를 틀어 벽에 영화를 투사하기도 한다. 전기를 아껴야 하기에 특별한 날에만 허용하는 사치다.

로비에 놓인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본다. 먼지 폭풍이 도시를 뒤덮고, 가끔 영화관 외벽을 때리는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들'이 아직도 밖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신호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한다. 제대로 정돈된 외모가 내 인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거울 속 남자는 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약간 수척해진 얼굴,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눈동자.

"컷!" 내가 외친다. "이 장면, 다시 한 번."

처음에는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것은 생존 전략이다.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상상하는 것. 각본이 있고, 감독이 있고, 언젠가는 '끝'이라는 자막이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

매일 밤 영화관 지붕으로 올라가 무전기로 다른 생존자들을 찾는다. 87일 동안 아무런 응답이 없었지만, 오늘도 시도한다. "여기는 생존자 K. 누구 들리십니까? 오버."

갑자기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도와주세요...위치는..."

심장이 터질 듯 뛴다. 영화에서라면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다. 진짜 내 생존이 걸린 문제다.

로비로 내려와 밖을 본다. 폭풍이 잠시 잦아들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생존을 위해 안전한 곳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생존자를 구하러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

마지막 카라멜 팝콘 봉지를 집어들고 입에 한 알을 넣는다. 달콤한 맛이 퍼진다. 배낭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며 생각한다. 모든 좋은 영화는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서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영화의 진짜 클라이맥스가 시작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