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영화여사친

영화 속 여사친: 네 번의 봄과 한 번의 겨울

그녀의 웃음소리는 항상 영화관 가장 뒷자리에서 터져 나왔다. 다른 관객들이 조용히 해달라는 시선을 보내도, 나는 그녀의 웃음을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봄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영화관에서 만났고, 스무 살부터 스물넷까지, 네 번의 봄이 그렇게 지나갔다.

"여진아, 이번엔 로맨스 말고 스릴러 보자. 너 무서워하는 거 보는 게 재밌어." 나는 표를 끊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여진은 늘 그랬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내 뒤를 따라 상영관으로 들어왔다. 팝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어둠 속에서, 그녀의 향수 냄새는 유독 선명했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여진은 내 팔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내 심장을 두드렸다. 하지만 나는 그저 여사친의 공포에 익숙한 얼굴로 웃어넘겼다. "진짜 겁쟁이네, 여진아."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여진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화면을 꼭 끝까지 봤다. "영화는 끝까지 봐야 제맛이야. 마지막 크레딧에 숨겨진 장면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녀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그때 나는 몰랐다. 삶도 끝까지 봐야 한다는 것을.

다섯 번째 봄, 그녀는 영화관에 오지 않았다. 대신 병실에서 만났다. 흰 침대 시트 위에 누워있는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웃음소리는 더 이상 영화관을 채울 수 없을 만큼 작아져 있었다.

"우리 영화 보자. 내가 태블릿 가져왔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영화를 틀었다. 여진이 좋아하던 로맨스 코미디였다. 예전처럼 그녀는 웃었고, 가끔 내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무서움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 인생이 영화라면 어떤 장르일까?" 여진이 물었다. 나는 목이 메어 대답하지 못했다.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너와 나는..." 여진이 말을 이었다.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친구로 나오는 조연이었던 것 같아. 근데 우리만의 영화에선 우리가 주인공인 거지."

여진이 떠난 후, 나는 여전히 영화관 뒷자리에 앉는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새로운 사람들과. 하지만 어떤 영화를 보든,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상영관에서, 나는 여진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가끔은,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여사친에게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 영화처럼 되감아져 내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인생은 리허설 없는 영화이며, 우리는 모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