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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자매

영화 속 자매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서연은 몸을 일으켰다. 극장에 남은 것은 그녀와 잠든 여동생뿐이었다. 마치 두 사람만의 극장처럼. 열여덟 살 서현이 곤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서연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 안에는 구겨진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언니가 대신 살아줘. 미안해."

발견한 것은 두 달 전이었다. 서현의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진 유서. 세상은 순간 무너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늘 바빴고, 친구들은 이해할 수 없을 테니. 그때부터 서연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자매가 등장하는 모든 영화를. 하루에 한 편씩, 때로는 새벽까지. 자매의 관계, 갈등과 화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들.

극장의 냉기가 두 자매의 피부에 닿았다. 서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서연은 동생의 어깨에 자신의 재킷을 덮어주었다. 스크린은 이제 완전히 하얘졌다. 이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영화들이 보여준 것은 완벽한 자매가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관계였다는 것을.

서연은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서현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완전히 잠들지 않았던 것일까? 서연의 목소리가 텅 빈 극장에 울렸다.

"우리 집에 가자. 내일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보여줄게. 자매가 나오는 거 말고."

서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는 오랜만에 보는 듯한 빛이 있었다. "언니가... 지갑에 뭘 넣고 다니는지 알아. 미안해."

서연은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서현은 일어나 언니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언니, 우리 영화 하나 더 볼까? 내가 살게. 그리고... 그 종이, 이제 버려도 돼."

극장을 나서는 자매의 뒷모습이 로비의 거울에 비쳤다. 마치 어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는 끝나도 현실은 계속된다. 누군가의 삶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는 이야기는 스크린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