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화장품: 지워지지 않는 흔적
처음 그 화장품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머니의 화장대 위, 오래된 원목 서랍 안에서 발견한 빈티지 립스틱. 진한 루비색 케이스에 금빛 테두리가 둘러진 그것은 마치 영화 소품처럼 보였다. 뚜껑을 열자 시간이 멈춘 듯 선명한 붉은색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건 내가 마지막 영화를 찍을 때 썼던 거야." 치매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어머니가 맑은 눈으로 말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우리 가족 중 배우는 없었다. 어머니는 평생 초등학교 교사였고, 아버지는 은행원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빛은 다른 세계를 보는 듯했다.
"1968년, 내가 스무 살 때였지. 단역이었어. 하지만 그 감독이 내 입술에 이 화장품을 발라주며 말했어. '당신은 카메라가 사랑하는 얼굴이오'라고."
나는 호기심에 그 립스틱을 손에 들고 구글에 검색했다. '루비 미라주, 1960년대 영화 화장품'. 놀랍게도 결과가 나왔다. 60년대 할리우드에서 제한적으로 제작된 화장품 라인이었고, 특히 이 '미드나잇 루비' 색상은 당시 비비안이라는 배우가 유명했던 영화 '잊혀진 키스'에서 사용했다고 했다. 첨부된 흑백 사진 속 여배우는...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녀는 분명 젊은 시절의 어머니였다.
다음 날 나는 필름 보관소에서 그 영화를 찾아냈다. 화면이 흐릿하게 깜빡이더니 젊은 어머니가 나타났다. 단 10초 정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그녀의 붉은 입술이 카메라에 담겼다. 주인공 남자배우와 스치듯 눈이 마주치는 짧은 순간, 운명이 바뀌는 듯한 미세한 표정. 그 립스틱의 색은 흑백 필름 속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으로 빛났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물었다. "왜 한 번도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꿈같은 일이었으니까." 어머니는 미소지었다. "그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아버지를 만났어. 그는 내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지. 그래서 나는 선택했어. 하지만 그 립스틱만은 버릴 수 없었어. 내 인생의 다른 가능성이 담겨 있으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그 립스틱을 입술에 발랐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달라 보였다. 마치 어머니의 버려진 꿈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방 안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4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선반 위에 놓인 화장품처럼, 누군가 우연히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는 영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