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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패션

오컬트 패션: 입는 순간 당신은 다른 세계의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까만 비닐봉지에 담겨 온 그 옷은 문 앞에 놓인 채 발견되었다. 주문한 적 없는, 보낸 이도 없는 검은 원피스였다. 햇빛에 반사된 천은 까마귀 깃털처럼 푸른빛을 띠었고, 드레스의 끝자락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기호들이 금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입어봐야겠다."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드레스가 내게 속삭인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원단을 쓸어내리자 피부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옷장 거울 앞에 서서 드레스를 몸에 걸치는 순간, 거울 속 내 모습이 스스로 미소짓는 것을 보았다. 내가 웃은 적 없는데도.

거울 속 내 모습의 눈동자가 점점 커져갔다. 그것은 더 이상 내 눈이 아니었다. 누군가 거울 반대편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을 뻗자 거울 속 이미지도 똑같이 손을 뻗었지만, 그 손가락 끝에는 검은 잉크처럼 번지는 그림자가 맺혔다.

"패션은 언제나 자아표현의 수단이었죠. 당신의 내면이... 우리에게 보이고 싶었던 거예요."

거울 속 목소리는 차갑고 달콤했다. 드레스의 주름 사이에서 시간이 물결치는 것을 느꼈다. 한 걸음 물러서려 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원피스의 천이 살갗에 스며들며 뼈와 근육을 감싸고 있었다.

"트렌드는 돌고 돌아요. 르네상스, 빅토리안, 그리고 지금은... 다른 차원의 패션이 유행할 시간입니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드레스의 수놓아진 기호들이 피부에 불타는 듯한 감각을 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서 내 뒤편으로 어둠이 번졌고, 그 안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실루엣들이 꿈틀거렸다.

"이건 단순한 옷이 아니에요. 오컬트 패션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세계와 당신들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어요. 당신은 완벽한 모델이에요."

창문 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달이 없었다. 별도 없었다. 그저 깊은 심연만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인사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축하해요. 당신은 이제 다른 세계의 패션 위크에 초대받았어요."

거울 속으로 내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순간, 내가 있던 자리에는 거울 속에서 나왔던 '그것'이 서 있었다.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 무언가 다른 존재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에 입혀진 것이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문 앞의 검은 비닐봉지를 열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