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미스터리: 실종된 디자이너의 마지막 컬렉션
진홍색 원단이 바람에 나부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패션 디자이너 윤하진의 시그니처 드레스가 유령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패션 저널리스트다. 하지만 지금은 탐정에 가까웠다. 윤하진의 실종은 패션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녀의 마지막 컬렉션 '레드 미스터리'는 공개되지 않은 채 남겨졌고, 런웨이를 위해 준비된 30벌의 의상 중 29벌만 발견되었다. 마지막 한 벌과 함께 그녀는 사라졌다.
"기억나시나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윤하진의 조수 민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벽한 의상은 비밀을 품고 있어야 해. 그 옷을 입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실종 일주일 전, 윤하진은 이상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작업실에 혼자 밤을 새우며,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바느질 소리만 끊임없이 들렸다고. 때로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도.
그녀의 아파트 침실 옷장에는 수백 벌의 의상이 걸려 있었다. 모두 그녀가 디자인한 것들. 하나씩 살펴보던 중, 맨 안쪽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옷들 사이로 보이는 작은 문. 열자 좁은 복도가, 그리고 그 끝에 비밀 작업실이 있었다.
벽에는 스케치북 페이지들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모두 마지막 컬렉션의 30번째 의상에 관한 것. 그러나 이상했다. 옷의 패턴이 점점 변형되어, 마지막 스케치에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천이 아닌 피부로, 실이 아닌 혈관으로, 단추가 아닌 눈동자로 표현되어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실과 바늘, 그리고 반쯤 완성된 붉은 드레스가 있었다. 그 옆에 놓인 일기장에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완벽한 옷을 만들기 위해 내 영혼을 담았다. 이제 그 옷이 나를 입을 차례다."
소름이 돋았다. 그때 작업실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진홍색 원단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슬며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가까이 가보니 원단이 숨을 쉬고 있었다. 손을 뻗었을 때, 그것은 내 손가락에 감겼다.
그리고 지금, 건물 옥상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저 붉은 드레스. 다가가보니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드레스 자체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손을 뻗자 드레스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입어봐요. 당신도 완벽해질 수 있어요. 나처럼."
그 목소리는 윤하진의 것이었다. 드레스 주름 사이로, 한 순간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사라졌다. 의상은 단지 우리가 입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를 입기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