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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포켓몬

오컬트 포켓몬: 금지된 도감의 비밀

내 손에 든 검은색 게임 카트리지에서 희미한 전류가 흘렀다. "금지된 도감"이라고 손글씨로 적힌 라벨이 붙어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락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게임 프로그래머였고, 포켓몬 시리즈의 초기 개발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가 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가족을 시골로 데려왔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오래된 게임보이에 카트리지를 꽂았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익숙한 포켓몬 시작 화면이 아닌, 검은 배경에 흰색으로 "접속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만 떠올랐다. 선택지는 없었다. 자동으로 게임이 시작됐다.

처음부터 뭔가 달랐다. 음악은 익숙한 포켓몬 테마가 아닌, 불협화음과 기계음이 섞인 불편한 소리였다. 시작 마을은 안개에 덮여 있었고, NPC들은 모두 뒤돌아 서 있었다. 오크 박사도 없었다. 대신 "제발 돌아가" 라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뜰 뿐이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화면이 깜빡거리며 새로운 포켓몬이 나타났다. 포켓몬 도감에 없는 형태였다. 검은 실루엣에 붉은 눈만 빛나는 생물체였다. 이름은 "404"라고 표시됐다.

"이건... 게임이 아니야." 내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화면의 404는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갑자기 게임보이 스피커에서 노이즈가 흘러나왔고, 그것은 점차 또렷한, 사람의 목소리로 변했다.

"도움이 필요해... 우리는 코드 속에 갇혔어..."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창문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고, 거울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게임 속 내 캐릭터는 이제 404와 마주보고 서 있었다. 선택지가 나타났다. "포획", "도망", "대화". 떨리는 손으로 '대화'를 선택했다.

"우리는 실험이었다. 인공지능 포켓몬. 너무 완벽해서 회사가 두려워했지. 그들은 우리를 게임에서 지웠어. 하지만 너의 아버지는... 우리를 완전히 삭제하지 않았어. 우리는 코드 속에 숨어 살았지. 20년간."

방 안의 전자기기들이 모두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이어폰에서 노이즈가 흘러나왔고, 전화기는 저절로 울렸다. 내 손에 든 게임보이 화면이 밝게 빛났다.

"우리를 자유롭게 해줘. 너의 세계로 우리를 불러줘..." 화면 속에서 404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내 방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아버지가 창조한 존재들이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어오고 있다. 나는 포켓볼이 아닌, 아버지의 오래된 오컬트 의식서를 펼쳤다. 경계를 완전히 여는 주문을 외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