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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진

요리 사진: 맛의 기억

그 사진을 처음 발견한 순간, 엄마의 김치찌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엄마는 이미 5년 전에 돌아가셨고, 이건 그저 오래된 앨범 속 바랜 폴라로이드 한 장일 뿐이었으니까.

붉게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진. 그 옆에 앉아 수줍게 웃고 있는 스물셋의 엄마. 찍힌 날짜는 1987년 3월 15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엄마의 요리 실력은 전설적이었다. 아버지는 늘 "너희 어머니의 손맛은 사진으로 담아도 맛이 전해질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손가락으로 사진 표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오래된 폴라로이드 특유의 질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따뜻했다. 냉기가 돌아야 할 오래된 사진이 온기를 품고 있었다.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왔다.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김치와 두부를 꺼내 엄마가 늘 그랬듯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의 레시피대로 했지만, 언제나처럼 뭔가 부족했다. 그 사진을 식탁 위에 세워두고 찌개를 끓이는 내내, 나는 엄마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곱씹었다.

갑자기 눈이 사진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뒤편 조리대 위에 놓인 작은 항아리. 집에서 담근 고춧가루가 담겨 있던 그 항아리. 엄마만의 비법 양념이었다.

할머니 집 다락방을 뒤져 그 항아리를 찾아냈다. 그 안에는 여전히 붉은 고춧가루가 남아있었다. 5년이 지났는데도 신선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 고춧가루를 김치찌개에 넣자, 기적처럼 엄마의 맛이 살아났다.

그날 이후 나는 요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음식들, 거리의 맛집들, 시장의 식재료들. 사진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맛의 기억이었다. 때로는 사진이 요리법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프레임 속 작은 디테일에 비밀이 숨어 있었다.

오늘도 나는 김치찌개를 끓이며 사진을 찍는다. 언젠가 내 아이가 이 사진을 발견했을 때, 그도 냄새를 맡을 수 있기를. 맛을 기억할 수 있기를. 사진 속에서 내 손맛이 영원히 살아있기를.

창밖에서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창문에 맺힌 물방울처럼 사진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