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요리영화

요리 영화관: 우리가 함께 맛본 마지막 장면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그녀의 냉장고에는 내 이름이 적힌 마지막 김치통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걸 못 먹는 내게 할머니는 특별히 덜 맵게 담아주셨다. 그 김치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뚜껑을 열었을 때,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중요해. 그게 사람들 가슴에 남는 거야." 영화감독이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할머니와 나의 마지막 장면은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완벽한 마지막 장면이었다.

요리는 항상 우리 가족의 언어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음식으로 전달했다. 할머니의 김치가 매워질수록 할아버지는 영화 편집실에서 밤을 새웠고, 할아버지가 상을 탈 때마다 할머니는 더 달콤한 약식을 만들었다. 나는 그 속에서 자라며 두 사람의 대화를 학습했다.

김치통을 들고 주방에 서서, 나는 할머니의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모든 요리를 재현하는 다큐멘터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할머니의 레시피 노트를 펼쳤다. 첫 번째 장면은 당연히 김치였다.

배추를 절이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는 계속 돌아갔다. 고춧가루를 버무리면서 내 손은 할머니의 움직임을 정확히 따라했다. 손맛이라는 게 유전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맛은 기억이야. 영화도 마찬가지지." 할아버지의 말이 또 들려왔다. 할머니의 요리를 찍으면서 나는 그들의 인생 영화를 편집하고 있었다. 양념을 버무리고, 광고 촬영하듯 정성스레 김치를 한 장 한 장 소쿠리에 담았다. 그것은 슬픔을 달래는 일이면서도, 그들의 사랑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한 달 동안 매일 카메라 앞에서 요리했다. 된장찌개, 불고기, 약식, 떡갈비... 할머니가 담았던 모든 맛을 복원했다. 편집을 마치고 '할머니의 맛'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김치통을 열었다.

시큼한 향이 코를 찔렀다. 할머니는 맵지 않게 담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내게는 매웠다.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눈물이 흘렀다. 이상하게도 매운 맛이 아닌, 달콤한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에는 설탕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할머니의 마지막 대사였다. "잘 가라, 내 사랑. 이번엔 달콤하게 기억해다오."

때로는 가장 완벽한 영화가 주방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가장 진실된 대사는 말이 아닌, 맛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