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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카페

자매와 카페: 우리가 마시는 쓴 기억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처럼, 진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밖으론 봄비가, 그녀의 뺨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페 '꿈결'은 오늘도 바닐라와 시나몬 향으로 가득했다. 15년 전 자매가 함께 꿈꿨던 그 카페는 이제 진희 혼자만의 것이 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유리창을 흐리게 만들었다. 마치 그녀의 기억처럼.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고개를 들자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아니, 낯선 듯 익숙한. 순간 진희의 손이 떨렸다. 커피를 담던 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났다. 차가운 세라믹 파편처럼 진희의 마음도 바닥에 흩어졌다.

"소연아?"

열아홉의 얼굴로 기억 속에 박제된 동생은 이제 서른넷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라는 조각가가 그녀의 얼굴에 새긴 흔적들. 그럼에도 소연의 눈동자는 진희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언니, 오랜만이야."

소연의 목소리는 따뜻한 차처럼 진희의 얼어붙은 기억을 녹여냈다. 열다섯 해 전, 그 비참한 밤. 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피처럼 뜨겁게 터져 나왔던 말들. 카페를 열기 위해 소연의 대학 등록금까지 써버린 진희. 그리고 소연이 남긴 마지막 쪽지 한 장. '다시는 만나지 말자'.

진희는 떨리는 손으로 새 잔에 아메리카노를 담았다. 그녀의 전문분야였다. 쓰디쓴 액체로 사람들의 갈증을 달래주는 일. 하지만 그 누구도 진희 자신의 갈증은 해소해주지 못했다.

"여기 앉아도 될까?" 소연이 물었다. 진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연은 자신의 가방에서 낡은 공책 하나를 꺼냈다. "기억나? 우리가 함께 그렸던 카페 설계도야." 페이지를 넘기자 두 소녀의 서툰 스케치가 나타났다. '꿈결' 글자 옆에는 두 소녀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었다.

"난... 네가 그린 이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었어." 진희가 속삭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지."

창밖의 빗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소연은 커피 표면에 맺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난 이제 이해해. 때론 꿈을 좇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걸."

진희는 처음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하지만 내 꿈에는 항상 네가 있었어. 우리 '같이' 만드는 카페였는데..."

소연의 눈에서도 빗방울이 맺혔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같이 만들어갈 수 있을까?"

커피의 쓴맛이 혀끝에 퍼졌다. 진희는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갈라진 자매의 시간이 다시 합쳐지는 이 순간,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오늘의 '꿈결' 스페셜은 쓰디 쓴 화해의 맛. 오래 묵힐수록 더 깊어지는, 자매라는 이름의 에스프레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