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사랑: 그녀가 웃는 이유
그녀가 웃을 때마다 세상은 잠시 멈춰 서는 것 같았다. 나는 처음 만난 날부터 그 웃음소리에 중독되었다. 박물관 '재미있는 과학' 특별전에서 우연히 같은 전시물 앞에 서게 된 우리는, 피타고라스 컵에서 물이 쏟아지는 순간을 함께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웃을 때 눈가에 작은 주름이 생기고 코끝이 살짝 올라갔다. 그 날의 공기는 묘하게 커피와 바닐라 향이 섞인 달콤함이 감돌았다.
"과학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데,"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녀와의 관계는 예측 불가능했다. 우리는 별자리를 보며 야외에서 자고, 서로에게 이상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졌다. "만약 중력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같은 것들. 그녀는 항상 웃음 뒤에 깊은 생각을 숨기고 있었다.
열 번째 데이트날, 나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근사한 레스토랑도, 화려한 반지도 없이. 그저 우리가 처음 만난 박물관의 그 전시물 앞에서.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아직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박물관 천장에 부딪혀 메아리쳤지만, 나의 가슴은 이상하게 무겁지 않았다.
일주일 뒤, 그녀는 내 집 앞에 미스터리 상자를 두고 갔다. 그 안에는 복잡한 퍼즐이 들어있었고, 퍼즐을 완성하자 "재밌는 사랑이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함께 문제를 푸는 과정"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녀의 답변이 적혀 있었다.
"Yes."
우리는 그렇게 결혼했다. 하지만 3년 후,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메시지도 없이. 내 삶은 색이 바랜 듯 무채색이 되었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졌다.
그녀가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난 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미스터리 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세계 각국의 사진들과 함께 메모가 있었다.
"사랑이란 재밌는 거예요. 당신이 찾아내야 할 퍼즐이죠. 제가 세계 곳곳에 숨겨둔 단서들을 따라와 보세요. 우리의 마지막 게임이에요."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녀가 내게 준 것은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모험이었다. 그녀가 떠난 이유는 내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가 숨겨둔 첫 번째 단서를 들고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그녀의 웃음처럼 반짝인다. 가끔은 가장 재미있는 사랑이 가장 아픈 사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