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영화의 뒷면
그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스크린 속 인물들이 펼치는 코미디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그가 지금 얼마나 공허한지를.
민수는 매주 금요일 밤을 영화관에서 보냈다. 재밌는 영화만 골라서. 코미디, 액션, 모험. 사람들이 웃을 때 함께 웃고, 환호할 때 함께 환호하며, 그는 스크린 속 세계로 자신을 던졌다. 차가운 콜라와 바삭한 팝콘의 조합은 그의 금요일 밤 의식과도 같았다. 팝콘 버터 향이 코를 자극하고, 탄산의 거품이 입안에서 터질 때면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영화 재밌었어요?" 매표소 여직원이 물었다. 그녀는 항상 같은 질문을 했다.
"네, 정말 재밌었어요." 민수는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영화관의 화려한 간판들이 도시의 어둠을 밝혔지만, 그의 내면의 어둠은 그대로였다. 민수는 핸드폰을 꺼냈다. 메시지 없음. 전화 없음. 노티피케이션 없음. 누구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민수는 방금 본 영화의 장면들을 되새겼다.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고도 결국 행복을 찾는 이야기. 마지막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민수도 함께 웃었다. 하지만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민수는 컴퓨터를 켰다. 영화 리뷰 사이트에 접속해 오늘 본 영화에 별점 다섯 개를 주고 장문의 리뷰를 작성했다. '올해 최고의 코미디! 웃음이 멈추지 않는 90분!' 그의 리뷰는 항상 열정적이었다. 아무도 그가 영화 리뷰어가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단지 외로운 사람일 뿐.
다음 날 아침, 민수의 리뷰에 댓글이 달렸다. "당신의 리뷰 덕분에 영화를 보러 갔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다음 추천도 기대할게요."
민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진짜 미소였다. 누군가가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누군가의 금요일 밤이 그로 인해 조금 더 재밌어졌다.
그날 이후로 민수는 더 열심히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썼다. 그의 팔로워는 늘어갔고, 댓글은 쌓여갔다. 사람들은 그의 추천을 믿었다. "재밌는 영화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제 민수는 영화관에서 웃을 때, 진심으로 웃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을 때,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가 누군가의 재밌는 영화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삶의 가장 재밌는 장면은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