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추리: 마지막 웃음
거실 한가운데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시체가 있었다. 정확히는 마네킹이었지만,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웃음소리는 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하하하하하." 침묵 속에서 반복되는 그 소리는 어쩐지 아이러니했다. 나는 이 '재밌는 추리 게임'의 마지막 참가자였고, 시간은 단 15분밖에 남지 않았다.
방 안에 흩어진 단서들. 바닥에 뿌려진 글리터 가루, 낡은 사진첩, 그리고 한쪽 구석에 놓인 빈티지 타자기. 지하 방탈출 카페에서 8번째로 도전하는 '명탐정의 시험'이란 이 게임은 경쟁률이 치열한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이제껏 아무도 풀지 못했다는 이 미스터리를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타자기에 다가가자 묘한 파프리카 향이 코를 자극했다. 타자기 옆에는 작은 메모가 있었다. "가장 재밌는 농담은 진실 속에 숨어있다." 나는 타자기의 키를 하나씩 눌러보았다. 각 키를 누를 때마다 마네킹의 웃음소리가 미묘하게 변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소리의 패턴이 모스 부호였다.
사진첩을 뒤적이며 모스 부호를 해독했다. "셋째 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 사진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든 사진에서 같은 인물이 등장했다. 항상 웃고 있는 남자. 그리고 셋째 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 사진에서 그는 유일하게 웃고 있지 않았다.
글리터는 자외선 아래에서만 보이는 특수 잉크였다. 주머니 속 블랙라이트 키링을 꺼내 비추자 바닥에 숫자들이 드러났다. "40, 38, 70, 65." 아스키 코드? 아니, 그건 너무 뻔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주기율표의 원소 기호라는 걸 깨달았다. Zn, Sr, Yb, Tb... 의미없는 문자들이 이어졌다.
시간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다시 모든 단서를 살펴보았다. 갑자기 그 웃음소리가 변했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소리의 높낮이가 달랐다. 마치 음계 같았다. 그래, 음계! 원소 기호들을 피아노 건반의 도레미파... 위치로 변환하면? "F, A, D, E".
FADE. 사라지다. 혹은 페이드. 나는 그 사진첩의 배경을 자세히 살폈다. 왼쪽에서 일곱 번째 사진의 배경은 다른 사진들과 달랐다. 그리고 마네킹의 뒷면에 작은 버튼이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마네킹의 웃음이 멈추고, 방 한쪽 벽이 살짝 열렸다. 그곳에는 작은 상자와 쪽지가 있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웃음을 이해했습니다." 상자를 열자 작은 거울만이 있었다. 내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있었다.
가장 재밌는 추리는 결국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었다는 것을. 난 방을 나서며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의 수수께끼도 마찬가지일지도. 그리고 나는 알았다 -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어디선가 나를 보며 웃고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