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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고민

추리의 고민: 명탐정의 마지막 사건

그 편지가 도착한 날, 나는 은퇴를 결심했다. 스물일곱 번째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칭하는 이의 글씨체는 마치 오래된 친구의 필체처럼 익숙했다.

"명탐정님, 이번엔 절 잡을 수 있을까요?" 편지 끝에 붙은 장미 모양 스티커는 지난 사건들과 동일했다. 손가락으로 그 종이를 만지자 미세한 먼지 입자가 빛 속에서 춤을 추었다. 나는 그것을 창가에 들고 가 햇빛에 비추었다. 물에 젖었다 마른 흔적, 종이 가장자리의 미세한 불규칙성, 그리고 희미하게 배어 있는 잉크 자국까지.

열다섯 년간 이 연쇄 살인범을 쫓았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한발 늦었다. 이제 그의 다음 표적을 알아내는 것이 내 마지막 고민이 되리라.

책상에 앉아 나는 지난 사건들의 파일을 펼쳤다.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모든 피해자는 어딘가 연결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 동창생, 선후배...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 사람, 이십오 년 전 한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목격자였던 그 사람.

깊은 밤, 커피 향이 진동하는 사무실에서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모든 증거, 모든 단서가 가리키는 한 방향. 내 손이 떨렸다. 추리의 결과는 너무나 명백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렇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명탐정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 조수였던 그가, 내 친구였던 그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군요."

"왜?" 내 목소리는 갈라졌다.

"복수? 정의? 아니면 그저 게임?"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언제나 한발 늦었다는 거죠.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고민을 지켜보며... 그게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모릅니다."

그의 손에 들린 권총이 빛을 반사했다.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끝이 있죠. 이제 마지막 피해자를 만날 시간입니다."

내가 웃었다. 그의 눈에 혼란이 스쳤다. "뭐가 그리 웃긴가요?"

"난 이미 알고 있었어." 내 책상 서랍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빨간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경찰은 지금쯤 이 건물을 에워싸고 있을 거야. 네가 오기 전에 이미 연락했으니까."

그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

"추리의 고민은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거야." 창밖으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마지막 사건, 그리고 너의 마지막 범행. 이제 모든 게임이 끝났어."

나는 그의 눈에서 패배를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십오 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한발 앞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