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끝, 사랑의 시작
그녀의 일기장에는 내 이름이 정확히 서른두 번 등장했다. 형사로서 15년 경력을 가진 나에게도 이것은 이례적인 발견이었다. 최근 6개월간 연쇄 살인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각 희생자의 손바닥에 새겨진 하트 모양 상처뿐이었다. 언론은 이 살인마를 '러브 킬러'라 불렀고, 나는 이 사건을 맡은 순간부터 단 한 번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
유진의 아파트는 범죄 현장이라기보다 평범한 30대 여성의 생활 공간 그 자체였다. 푸른 커튼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반쯤 마신 와인 잔에선 아직 과일향이 희미하게 풍겼다. 책상 위 일기장을 발견한 순간, 직감이 맥박처럼 뛰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 손가락이 떨렸다. 그녀는 나를 좋아했던 것일까? 그토록 많은 페이지에 내 이름을 적으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형사님, 피해자의 휴대폰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후배의 목소리에 일기장에서 시선을 떼었다. "마지막 통화는 형사님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얼어붙은 내 표정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후배. 나는 그녀와 통화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사무실로 돌아와 증거품으로 가져온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내일, 드디어 그에게 고백할 거야. 15년 전 그가 내 동생을 살해한 증거를 모두 모았어. 심장 모양의 상처가 그의 서명이었다는 것도."
숨이 턱 막혔다. 기억의 파편들이 빠르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경찰학교 시절, 첫 사건, 실수로 놓친 살인마... 그리고 가슴에 새겨진 하트 모양 상처. 나는 그녀의 아파트에 있었다. 그녀와 통화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했다. 내가 지워버린 기억들.
책상 서랍을 열어 오래된 수첩을 꺼냈다. 거기에는 지난 15년간의 기록이 있었다. 내 복수의 기록.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새로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진의 이름.
유진은 내가 누군지 알아냈다. 그리고 나는... 아니,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그녀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이름은 '마지막 희생자'.
그녀가 죽기 전, 설정해둔 예약 메시지였다.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려 했어요. 당신이 내 동생을 죽였을 때부터, 당신을 추적하며 사랑했어요.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으니까. 이제 모든 증거는 경찰서로 전송됐어요. 체스 게임이 끝났네요, 형사님."
창밖으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가장 완벽한 추리는 스스로에 대한 것이었고, 가장 깊은 사랑은 때로 복수의 가면을 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