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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스트레스

추리의 룸메이트, 스트레스

누군가가 내 물건들을 옮겨놓고 있었다. 어제 분명히 책상 오른쪽에 두었던 머그컵이 왼쪽으로,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안경이 서랍 위로 이동했다. 나 혼자 사는 원룸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더 소름이 돋았다.

처음에는 내 기억력 문제로 생각했다. 지난 3개월간 회사 프로젝트로 야근이 계속되며 만성 피로에 시달렸으니까. 하지만 현관문 비밀번호는 바꾼 적 없고, 창문은 항상 잠겨있었다. CCTV를 설치하고 싶었지만, 임대인이 허락하지 않았다.

불안감에 잠 못 이루던 나는 마침내 작전을 세웠다. 집을 나서는 척하고 복도 끝 비상계단에 숨어 내 집을 감시했다. 두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또다시 물건들이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공포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왔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물리적 피해가 없다"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내가 과로로 인한 환각을 본다고 웃어넘겼다.

침대 밑, 옷장 안, 욕실까지 샅샅이 뒤졌다. 감시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던 중 우연히 '스트레스성 기억 장애'라는 글을 발견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실험을 시작했다. 저녁에 내 방 곳곳에 작은 끈을 설치했다. 물건들을 움직이려면 반드시 그 끈들을 건드려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모든 끈이 그대로였지만 물건들은 또다시 이동해 있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뚜렷하게,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나를 놀리는 것처럼.

마지막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타임랩스 녹화를 시작했다. 잠들기 직전까지 모든 물건의 위치를 기억했다.

다음 날 아침,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확인했다. 새벽 3시 12분, 내가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일어나 방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옮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행동은 의도적이고 정확했다.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심한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라며 장기간 휴식을 권했다. 회사에 휴직계를 냈고, 세 달 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잤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물건들은 더 이상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범인을 찾아 헤매던 내 추리는 결국 내게로 돌아왔다. 때로는 가장 무서운 적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그리고 우리의 뇌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도 퇴근 후 문을 열면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그것은 이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나만의 바로미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