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달인, 썸타기의 초보자
그녀의 문자를 받자마자, 난 이미 세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 둘째, 그녀는 자신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기를 원한다. 셋째, 그녀는 내가 먼저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쇄 살인 사건도 이보다 쉽게 해결한 적이 없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같이 영화 볼래요?" 화면에 떠 있는 짧은 문자를 세 번째 읽으며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평소보다 3.2초 빠른 답장 속도, 평소 사용하지 않던 '같이'라는 친밀감을 나타내는 표현, 그리고 평소와 달리 물음표 두 개가 아닌 한 개를 사용한 침착함까지. 모든 증거가 명확했다.
나는 20년 경력의 형사다. 사람들의 미세한 행동 변화, 말투, 심지어 숨소리까지 분석해 사건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김하은, 내 옆 부서에 새로 온 그녀를 마주할 때면 모든 추리 능력이 마비된다. 그녀의 미소가 친절함인지 호감인지, 우연한 접촉이 의도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영화? 좋지. 7시에 만날까?" 침착하게 타이핑했지만, 심장은 초보 형사처럼 쿵쾅거렸다.
영화관 앞, 그녀는 평소보다 15분 일찍 도착했다. 머리는 새로 염색했고, 평소 업무용 재킷 대신 캐주얼한 원피스를 입었다. 명백한 증거였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일찍 왔네"라는 무의미한 말만 나왔다.
영화는 추리물이었다. 그녀는 중간에 범인을 맞혔고, 나는 그녀의 직감에 감탄했다. "어떻게 알았어?"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당신처럼요. 작은 단서들을 모아서." 그녀의 미소에는 내가 해석할 수 없는 코드가 숨겨져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카페에 앉았을 때, 그녀는 갑자기 물었다. "진수 씨, 형사치고는 둔감한 편 아니에요?"
"무슨 말이죠?" 당황한 내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6개월 동안 커피 열 번, 점심 스물 세 번, 야근 도시락 여덟 번." 그녀가 손가락을 꼽았다. "그리고 당신 생일에 준 넥타이핀... 아직도 모르겠어요?"
20년 경력의 형사인 내가 6개월 동안 놓치고 있던 증거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람의 거짓말은 즉시 간파하면서, 진심은 알아채지 못했다.
"하은 씨, 나..."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그녀의 전화기가 울렸다.
"미안해요, 새 사건이에요. 지금 당장 가봐야 해요." 그녀는 서둘러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 뒤돌아본 그녀가 말했다. "다음에 또 만나요. 그때는 좀 더 명확한 단서를 줄게요."
그녀가 떠난 자리, 냅킨 위에 립스틱으로 쓴 메모가 있었다. "형사님, 가끔은 증거가 아닌 직감을 믿어보세요."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추리의 달인인 내가 썸타기의 세계에서는 아직 초보자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