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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여름

여름 추리: 그 뜨거운 미스터리

발이 닿는 바닥이 끈적이는 순간, 나는 그것이 더위가 아닌 다른 무언가임을 직감했다. 한여름 오후, 에어컨이 고장 난 아파트의 거실 바닥에 번진 붉은 액체. 그것은 분명 토마토 주스가 아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바닥의 붉은 얼룩을 반짝이게 했다. 매미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는 바깥과 달리, 아파트 안은 섬뜩할 정도로 고요했다.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것이 더위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김형사님, 피해자는 이 아파트 주인인 박지수씨, 35세입니다. 발견 시각은 오후 2시 37분, 신고자는 바로 옆집 이웃이고요." 신입 경찰이 읽어내려가는 사건 개요는 매미 소리마냥 단조로웠다.

나는 천천히 방안을 살폈다. 에어컨 리모컨이 소파 옆에 떨어져 있었고, 반쯤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직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여름 휴가 계획이 적힌 메모장.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은 내일 오전 10시였다.

"형사님, 이상한 점이 있어요." 신입이 주방을 가리켰다. 싱크대에는 수박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칼이 깨끗하게 씻겨져 있었다. "피해자의 손에서 수박 씨앗이 발견됐어요."

창가로 다가가자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더위를 식히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 튀는 소리가 마치 현장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에어컨이 고장 난 방에서 시체는 빠르게 부패하기 시작했고, 여름 특유의 달콤한 부패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때 파란 얼음통을 발견했다. 완전히 녹지 않은 얼음 조각들이 물 위에 떠 있었다. 시체 발견 시간은 2시 37분. 에어컨이 고장 난 한여름 오후의 방에서 얼음이 완전히 녹지 않았다는 건...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매미 소리, 녹지 않은 얼음, 깨끗한 칼, 수박 씨앗.

"용의자를 찾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바로 신고자인 옆집 이웃이에요. 에어컨 수리를 핑계로 들어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간차를 두고 자신이 발견한 것처럼 신고했어요. 얼음이 증거입니다."

창밖으로 매미가 더욱 요란하게 울어댔다. 여름이라는 완벽한 알리바이는 얼음이 녹는 속도를 계산하지 못했다. 끈적이는 더위가 범인의 땀과 함께 진실을 녹여냈다. 이 뜨거운 계절이 끝나기 전, 또 하나의 추리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