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취업: 내 삶을 바꾼 면접장의 미스터리
면접장 문을 열자마자 나는 살인 현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앉아 있는 긴 테이블,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내 이력서. 이것은 내가 8개월째 실업 상태로 도전하는 17번째 면접이었다.
"김지훈 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운데 앉은 중년 남성이 묻자, 나는 준비했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내 시선이 가장 왼쪽에 앉은 여성의 뱃지에 꽂혔다. '장혜진 인사팀장'. 그 이름은 내가 전에 지원했던 회사에서도 본 이름이었다.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을 분명히 기억했다.
면접은 계속됐고, 질문들이 날아왔다. "왜 우리 회사를 선택했는지?", "당신의 강점은?", "경력 공백기에는 무엇을 했는지?". 하지만 내 머릿속은 장혜진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로 가득 찼다. 그녀는 3개월 전 내가 지원했던 회사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내가 최종 합격했다가 갑자기 "내부 사정"으로 취소됐던 곳이었다.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나는 주변을 관찰했다. 테이블 위의 서류들, 그들의 표정과 미세한 반응들, 질문의 패턴. 모든 것이 수상했다. 내 대답에 장혜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놀라움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확인이었을까?
면접이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김지훈 씨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장혜진이 물었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솔직히 대답했다. "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흥미롭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혹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읽어보셨나요?" 그녀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설에서 희생자는 이전에 저지른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인물이었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면접이 끝나고 복도로 나왔을 때, 장혜진이 나를 불러세웠다. "김 씨, 잠깐만요." 그녀는 주변을 둘러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3개월 전 합격했던 회사, 그곳에서 부정채용 스캔들이 있었어요. 내부 고발자가 필요했죠."
"그래서... 저를...?" 내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의 이력서를 보고 바로 알았어요. 부정채용의 피해자였던 당신은 완벽한 '탐정'이 될 수 있었죠. 당신이 합격 취소된 후 SNS에 올린 글들, 그 회사에 대한 조사와 의문점들... 당신은 이미 수사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명함을 건넸다. 뒷면에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내일 오후 2시, 중앙지검 특수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8개월간 겪었던 취업 실패들이 모두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쩌면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진짜 '내 자리'로 이끌기 위한 거대한 추리 게임의 일부였던 걸까? 내일, 그 답을 찾아 나설 시간이다. 결국 이번 취업 면접에서 내가 찾은 것은 직장이 아니라,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