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향기: 화장품에 담긴 진실
그녀의 화장대 위에 놓인 립스틱은 반쯤 열려 있었고,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알았다. 살인자는 단 한 명, 바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나는 화장품 가게 '르솔레이' 오너이자 취미로 추리 소설을 쓰는 서지민이다. 어제 내 친구 미연이 살해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경찰은 단순 강도 사건으로 결론 내렸지만, 뭔가 이상했다. 미연의 집을 찾았을 때, 그녀의 화장대는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평소 그녀를 아는 나로서는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미연은 화장품 컬렉터였다. 그녀의 화장대에는 항상 브랜드별, 컬러별로 완벽하게 정리된 화장품들이 있었다. 특히 그녀가 가장 아끼는 한정판 립스틱 컬렉션은 항상 특별한 자리에 보관했다. 하지만 오늘, 그 컬렉션 중 하나가 뚜껑이 반쯤 열린 채 다른 제품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미연은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사람이었다.
더 이상한 것은 화장대 앞에 놓인 의자에 희미하게 남은 화장품 파우더 자국이었다. 평소 미연은 파우더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민감한 피부 때문에 리퀴드 파운데이션만 고집했다. 그리고 그 파우더에서 나는 향기...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향. 나는 그 향수를 알고 있었다. 미연의 가장 친한 친구 다혜가 항상 뿌리는 향수였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며 익힌 전문 지식으로, 나는 파우더 자국을 샘플링해 분석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이것은 시중에 흔한 파우더가 아니라 최근 출시된 한정판 '벨벳 블러 파우더'였다. 출시 첫날 완판된 그 제품은 내 가게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는데, 다혜는 어떻게 가지고 있었을까?
다혜의 SNS를 확인했다. 그녀는 그 파우더를 갖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사진 속 영수증의 날짜가 이상했다. 그것은 제품 출시 하루 전 날짜였다. 미연이 화장품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신제품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다혜는 그 희귀한 파우더를 갖고 싶어했고, 미연은 아마도 회사 정책상 미리 줄 수 없다고 거절했을 것이다. 질투와 집착은 무서운 감정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완벽한 삶'을 보여주기 위해 경쟁하는 이 시대에는.
경찰에 내 추리를 전달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혜의 집을 방문했다. 그녀의 화장대 위에는 그 한정판 파우더가 자랑스럽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미연의 것이었던 한정판 립스틱 컬렉션이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화장품에 새겨진 미연의 이니셜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에 반짝였다.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 뒤에 가장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다. 그리고 오늘, 화장품이 그 진실을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