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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영화

환상 출근: 매일 다른 영화 속으로

매일 아침 8시 정각, 나는 다른 세상으로 출근한다. 오늘의 문은 어떤 영화로 열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자 공포다.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그리고 펼쳐지는 새로운 현실.

오늘 아침엔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와 귀를 때리는 폭발음이 날 맞이했다. 발 아래로는 모래가 바스락거리고, 머리 위로는 총알이 날아다녔다. 세컨드 월드워를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 속이었다. 내 임무는 간단하다. 주인공이 죽지 않도록 배경으로 존재하며 영화의 서사를 유지하는 것. 나는 금방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엑스트라로 변신했다.

"왼쪽에서 적군이 접근 중입니다!" 나는 시나리오대로 외쳤다. 주인공은 내 말에 재빨리 몸을 숙였고, 그 순간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갔다. 내가 없었다면 영화는 지금 끝났을 것이다.

점심시간, 나는 잠시 현실로 돌아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일상은 방금 전 전장과 비교하면 너무나 평화로웠다. 하지만 이 평화도 잠시, 오후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

오후의 문은 로맨틱 코미디로 이어졌다. 화려한 파티장, 샴페인 잔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향수와 꽃 향기가 뒤섞인 달콤한 공기. 나는 주인공 여성이 운명적으로 만날 남자 주인공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녀의 와인 잔을 살짝 건드려야 했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와인이 남자의 흰 셔츠에 쏟아지는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영화의 운명선은 예정된 궤도를 따라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주인공 여성이 당황하며 말했다. 나는 이미 다른 엑스트라들 사이로 조용히 사라졌다. 내 임무는 완수되었다.

이 직업을 시작한 지 3년. 나는 수천 개의 영화 속에서 살아왔다. 공포영화에서는 첫 장면에 죽는 엑스트라로, SF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학자로, 판타지에서는 주인공에게 마법의 검을 건네는 대장장이로.

오늘 밤, 퇴근길에 상사가 내게 다가왔다. "내일은 특별한 임무가 있어요. 당신의 인생을 영화로 만들었거든요. 주인공은 당신이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재미없을 텐데요.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상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인생이 얼마나 다른 영화들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면 놀랄 거예요."

이제 나는 궁금하다. 내일 아침, 문을 열면 내가 보게 될 나의 인생은 어떤 장르일까? 그리고 그 영화의 결말은, 내가 아직 살지 않은 미래일까, 아니면 내가 이미 지나온 과거의 재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