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만난 남사친
그날, 나의 심장이 멈췄다고 맹세할 수 있다. 카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을 때, 5년 만에 보는 그의 얼굴에 시간은 흐르지 않은 듯했다. 여전히 왼쪽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 숏컷으로 바뀐 머리카락, 그리고 깊어진 목소리. 내 남자사람친구, 아니, 한때 그랬던 사람.
"여기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그의 목소리가 카페의 부드러운 재즈 선율 위로 울려 퍼졌다. 나는 책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의 움직임을 훔쳐봤다.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에스프레소 향과 그의 체취가 뒤섞인 공기가 내 기억을 자극했다.
대학교 3학년, 같은 전공 수업에서 만난 우리는 '절대 연애는 안 된다'는 암묵적 약속을 했었다. 밤새 함께 과제를 하고, 시험 기간에 서로를 붙잡아주고, 연애 상담까지 나눈 친구. 그게 우리였다. 졸업 후 그는 해외로 떠났고, 나는 여기 남았다.
"민지야." 갑자기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떻게 알았지?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시선이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벌써 5년째 똑같은 카페,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더라." 그가 웃었다. "너무 뻔해."
카페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커피 내리는 소리와 그의 숨소리만 남았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내 손에 쥔 책의 페이지가 바스락거렸다.
"그래서, 결혼한다면서." 내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의 SNS에서 본 소식이었다. "축하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테이블로 걸어왔다. 자라난 키에 어깨가 더 넓어진 그가 내 앞에 앉았다. "취소됐어. 결혼."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래서 돌아왔어."
"왜?" 내 질문은 단순했지만, 눈빛은 복잡했다.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5년 전 졸업식 날, 내가 그에게 쓴 편지였다. '우리는 평생 친구야, 그치?' 마지막 문장 밑에는 내가 지운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종이를 빛에 비추어 보며 말했다. "네가 지운 글씨, '사랑해'라고 써 있더라."
카페의 벽시계가 4시를 알렸다. 그때 우리가 항상 수업을 마치고 만나던 시간. "난 평생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니었어." 그가 말했다. "그냥 너였어, 민지야."
카페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이 우리 테이블을 감쌌다. 누군가는 그저 두 남녀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평범한 장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5년의 시간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가장 먼 여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 카페에서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