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여친: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서
매일 아침 7시 58분, 그녀는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나는 카운터 뒤에서 그녀의 주문을 기다리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설탕 없이. 매일 같은 주문이었다.
나는 그녀를 '카페 여친'이라고 불렀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실제로는 그녀의 이름조차 몰랐다. 다만 알고 있는 건, 그녀가 항상 진한 머스크 향수를 뿌리고, 빨간 네일은 항상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노트북에는 끝없는 코드 줄이 흐른다는 것뿐이었다.
"오늘도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내가 물었을 때, 그녀는 평소와 달리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봤다. 커피 원두 같은 갈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오늘은 라떼로 해볼까요. 변화가 필요한 날인 것 같아요."
라떼를 내려 그녀의 테이블로 가져갔을 때, 그녀의 노트북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코드가 아닌 한 문서가 열려 있었다.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바리스타에게 말을 걸기 위한 100가지 방법'.
라떼 잔이 내 손에서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화면을 닫지 않았다.
"난... 3개월 전부터 당신을 지켜봤어요."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아침,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와서 당신이 만드는 커피를 마시는 게 하루의 가장 좋은 시간이었거든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카페 여친'이라고 부르던 그녀가, 실은 나를 '카페 남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사실," 내가 말했다. "저도 당신이 들어올 때마다 시계를 확인했어요. 매일 7시 58분,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죠."
그녀의 미소가 꽃처럼 피어났다. "그럼 이제 서로의 이름을 알아볼까요? 전 소윤이에요."
"민준입니다."
다음 날부터 소윤은 더 이상 창가 자리에 앉지 않았다. 대신 카운터 바로 앞 자리를 차지했고, 그녀의 주문도 바뀌었다. 아메리카노가 아닌 '바리스타 추천 메뉴'.
6개월 후, 우리는 같은 카페에서 만났지만 완전히 다른 관계가 되었다. 나는 이제 그녀의 실제 남자친구였고, 그녀는 내 진짜 여자친구였다. 매일 아침 7시 58분, 우리는 함께 카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카페 연인'이 될 다른 손님들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