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카페재밌는

재밌는 카페, 시간이 멈춘 곳

그날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우연히 들어선 '멈춘시간'이라는 이름의 카페는 내게 피난처가 되었다. 이상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공기는 바깥과 달랐다. 바닐라와 시나몬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오래된 책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졌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무슨 시간을 원하시나요?"

앞치마를 두른 노인이 웃으며 물었다. 그의 주름진 얼굴은 마치 오래된 지도처럼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라고 대답했다.

"아, 현재를 선택하시는군요. 재밌는 선택이네요."

카페 안에는 시계가 가득했다. 벽시계, 탁상시계, 회중시계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시계는 각기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자 노인이 커피를 가져왔다. 머그잔에는 '지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여기 오는 손님들은 보통 과거나 미래를 원해요. 현재를 선택하는 손님은 드물지요."

노인의 말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이블마다 앉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대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여성은 70년대 패션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고, 다른 한 남성은 미래적인 안경을 쓰고 오래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이 카페는... 시간여행이라도 가능한 곳인가요?"

노인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로 돌아가면... 그때는 달라질 거야..."

그 순간 나의 커피잔에서 김이 피어올랐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놀라움도 잠시, 커피는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내 손목시계를 보니 3시간이 흘러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 몇 분밖에 앉아있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재밌지요? 시간이라는 건." 노인이 다시 다가와 말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시나요?"

묘하게도 나는 평온함을 느꼈다. 마치 인생의 모든 순간이 이 카페 안에 공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카페에서의 시간은 우리가 선택한 감정에 따라 흐른다는 것을.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이미 지불했어요. 가장 값진 것으로."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쳐 있었다. 주머니에서 손을 넣어보니 낯선 종이 한 장이 만져졌다. 펼쳐보니 그곳에는 단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재밌는 건, 당신이 찾은 현재는 이제 영원히 당신의 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