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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출근

마지막 출근, 첫 카페

오늘 아침, 나는 15년 다닌 회사에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복사기 토너와 오래된 카펫의 냄새가 이제는 정겹게 느껴졌다. 책상 위에는 내 물건들을 담을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고, 모니터엔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행운을 빌어요, 김 부장님." 누가 붙여놓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글씨체가 뭉클함을 안겨주었다.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아내와 함께 꿈꿔왔던 작은 카페. 도시 소음에서 벗어난 시골 마을 어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그곳의 문을 여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지금, 마지막 출근길에서 느껴지는 이 낯선 공허함은 예상치 못했다.

"김 부장, 회의실로 잠깐만요." 팀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별 파티라도 준비한 걸까? 회의실 문을 열자 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회사가 인수합병됩니다. 오늘 오후 발표 예정이었는데..." 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부분 정리해고입니다. 김 부장님은... 정말 운이 좋으셨네요."

회의실을 나오는 순간, 동료들의 눈빛이 무거웠다. 내가 떠난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남겨진다는 사실이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상자를 챙기며, 15년 동안 쌓아온 추억들을 정리했다. 동료들은 말없이 내 책상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봐, 김 부장." 옆자리 최 과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카페... 혹시 사람 쓸 일 있으면 연락해. 난 커피 내리는 거 자신 있거든."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는 상자를 내려놓고 사무실 한가운데 섰다.

"여러분, 제가 카페를 열게 됐습니다. 위치는 양평 근처인데...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섯 손이 올라갔다. 그 중에는 항상 완벽을 추구하던 마케팅 디렉터도, 회계팀에서 숫자의 마법사라 불리던 대리도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나와 같은 갈망을 보았다.

세 달 후, 우리는 '마지막 출근'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었다. 도시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찾는 휴식처. 회사를 떠나온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만든 이 공간에서, 매일 아침 우리는 설렘으로 출근한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월요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창문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커피 향기와 함께 새로운 하루를 약속하니까.